한국자영업자총연대를 비롯한 소상공인 단체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김영란법’에서 허용하는 음식·선물 상한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한국자영업자총연대를 비롯한 소상공인 단체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김영란법’에서 허용하는 음식·선물 상한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5만원 이하 굴비 선물세트는 산지에서도 볼 수 없다. 시장에서 국산 수산물이 밀려나면 외국산이 빈자리를 점령할 것이다.”(임정수 수산인경영연합회 사무총장)

“사교·의례 목적이라면 3만원 이하 음식물이나 5만원 이하 선물은 문제없다. 오히려 시행령안이 법률 취지를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4일 서울 중구 소공로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안에 대한 공청회에서는 찬반 격론이 벌어졌다. 농수축산업계, 화훼농가, 요식업계, 중소기업을 대표해 나온 토론자들은 “해당 법률 시행령은 적용 범위와 기준이 모호해 경기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 등 찬성 측은 “이 법은 식사, 선물, 경조사비 등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500명이 넘는 방청객이 몰려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오는 9월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은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이 제3자로부터 고액 금품(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초과)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은 사교·의례 목적일 경우 음식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까지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홍길 한국농축산연합회 운영위원은 “한우 선물세트 99%가 5만원 이상”이라며 “시행령 기준을 금액으로 일괄 지정하지 말고 국내산 농축수산물이란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연홍 한국화훼협회 부회장은 “현재 상황이 최소 5~10년은 유지될 것이라 생각하고 경조사용 화훼를 재배해왔는데 하루아침에 경조사용 꽃 소비를 억제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원섭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실장은 “계속되는 불황으로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와 선물용품 제조 중소기업 등의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정수 사무총장도 “먹거리인 수산물은 업무 청탁을 위한 뇌물로 사용되기 어렵다는 점, 시판 선물세트는 고(高)품질 수산물 생산을 위한 노력의 산물인 점 등을 고려해 제한 상한액을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탁금지법 시행령은 공직사회의 청탁, 알선, 금품수수 등의 관행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의 입법 취지를 잘 반영했다”며 “공정한 직무 수행의 주체가 되는 공직자는 물론 국민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고유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법이 시행되면 한우나 고급 굴비를 선물로 받아먹던 공직자들이 직접 사서 먹게 될 것”이라며 “기업이 선물비용을 절감한 돈으로 직원들에게 선물하면 내수 경기 침체는 크게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지금까지 제시된 의견들을 종합·검토해 입법 취지에 맞는 합리적 시행령을 제정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