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라이신 독주' 속도 조절 나섰다
세계 1위 라이신(동물 사료에 들어가는 필수 아미노산) 업체인 CJ제일제당이 추진하던 세계 2위 라이신 업체 인수를 포기했다. 인수 가격을 놓고 이견이 너무 커 합의점을 찾지 못해서다. 라이신 시장에서 독보적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CJ제일제당이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CJ의 압도적 1위 전략 변화

CJ제일제당은 지난 1월부터 추진한 중국의 라이신 제조사 메이화생물과학기술그룹(메이화그룹) 인수 작업을 중단한다고 24일 공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메이화그룹과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해 인수 협상이 결렬됐다”며 “거래구조가 바뀌어 양사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양측의 귀책사유나 법적 책임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메이화그룹은 연 2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국 바이오 기업이다. 식품첨가제인 MSG(글루탐산 일나트륨)와 핵산 외에 라이신, 트립토판 같은 사료 첨가제를 생산한다. 라이신 분야에서 세계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중국 내 MSG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CJ '라이신 독주' 속도 조절 나섰다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사진)은 2011년 취임한 뒤 바이오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문이 라이신이다.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육류 소비가 늘면서 동물 사료에 들어가는 라이신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CJ제일제당은 2012년과 2014년 각각 4억달러와 3억달러를 투자해 중국과 미국에 라이신 공장을 건설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라이신 시장 점유율 30%로 세계 1위 업체가 됐다. 하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더 빠르게 늘면서 라이신 가격은 5년 넘게 하락했다. 축산기술 정보제공 업체인 피드인포에 따르면 라이신의 t당 평균 가격은 2011년 1895유로(약 253만원)에서 지난해 1331유로로 29.7% 떨어졌다.

김 사장은 1월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수년간 지지부진하던 중국 메이화그룹과의 인수 협상을 다시 시작했다.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40%가 넘기 때문에 라이신 공급 조절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하지만 인수가 무산됨에 따라 시장에서 독보적 1위에 오르려는 전략을 바꿔야 할 상황이 됐다.

◆업계 구조조정 본격화하나

전문가들은 CJ제일제당이 메이화그룹 인수를 포기하면서 라이신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라이신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적으로 라이신 가격 하락이 CJ제일제당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라이신 시장이 장기간 침체되면서 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중국전분산업협회에 따르면 2014년 중국 라이신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47%에 불과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중소업체 가동률이 10% 이하로 떨어지고 생산량을 줄이는 업체가 늘고 있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라이신 공급이 안정화되면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J제일제당은 라이신 부문을 강화해 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트립토판 메티오닌 등 다른 아미노산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