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희 한국콜마 사장 "화장품·제약·식품 넘나드는 융합제품으로 판 바꾸겠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회사인 한국콜마는 지난 1월 ‘C&I랩’이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연구원 5명으로 꾸린 이곳은 중장기 제품 연구개발(R&D)에만 전념한다. ‘올해 신제품을 몇 개나 내놨냐’는 연구원 평가 척도도 이들에겐 예외다. 이들의 주된 일과는 화장품과 제약, 식품 영역을 넘나들며 각 분야의 원료를 이리저리 조합해보는 것이다. 한국콜마에서는 최근 제약 연구원을 화장품 분야로 보내는 식의 ‘크로스 인사’도 늘고 있다.

한국콜마 R&D를 총괄하는 강학희 사장(사진)은 “K뷰티 열풍을 이어갈 제2의 에어쿠션·비비크림은 각 영역의 접점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13개 연구소를 한데 모으기로 한 것도 이 같은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콜마는 2018년 초 완공 예정인 서울 내곡동 통합연구소 설계 작업을 하고 있다. 강 사장은 “벽과 칸막이는 최소화하고, 개방형 회의실·북카페 등 연구원들이 자연스레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둬 ‘화학적 결합’을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강 사장은 “의약품 원료를 화장품에 덧붙이면 쓸 만한 것이 꽤나 많다”고 강조했다. 피부 염증을 막는 일부 성분은 화장품처럼 장기간 사용하면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하면 ‘판을 흔드는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화장품과 제약, 식품 등에 고른 포트폴리오를 갖춘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며 “5~10년 후를 내다보고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화장품 유통업체와 제약사의 화장품 제조시장 진입을 우려했다. 자칫 공멸을 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믿고 쓸 만하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깨지는 순간 K뷰티 열풍은 예상보다 일찍 사그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