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된서리를 맞은 명품 업체들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속속 인력을 물갈이하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명품 업체 베르사체도 그 대열에 가세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르사체가 영국 패션 업체 알렉산더맥퀸의 CEO 조너선 애커로이드를 자사의 신임 CEO로 영입했다고 24일 보도했다.

2004년부터 알렉산더맥퀸 CEO를 맡아온 애커로이드는 지안 쟈코모 페라리스 CEO 뒤를 이어 베르사체를 이끌게 된다.

2009년 베르사체 CEO로 취임한 페라리스 회장은 심각한 위기를 겪던 베르사체의 경영을 정상화하며 회사를 본궤도에 올려 놓는 수완을 발휘한 바 있어 시장에서는 이번 CEO 교체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베르사체 일가는 곧 예정된 주식 공모를 앞두고 2개월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바꾼 데 이어 CEO까지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베르사체는 2014년 지분 20%를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매각한 자금을 이용해 전 세계에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장하고 있고, 주식공모도 준비하고 있다.

베르사체 부회장 겸 아티스틱 디렉터인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페라리스 CEO는 베르사체가 세계 최고의 명품 업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며 "그의 노고에 감사하며 앞날에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한편, 베르사체에 앞서 이달 초에는 이탈리아 명품 업체 토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라 파키네티가 사임한 바 있다.

또, 지난 1년 동안 입생 로랑, 살바토레 페라가모, 디오르, 발렌시아가, 랑방 등의 CEO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바뀌는 등 명품 업체들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핵심 인력을 과감히 물갈이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럽에서 일어난 테러공격의 여파로 파리 등 명품 업체의 주요 거점 도시를 향하는 여행객이 크게 줄어들고 있어 당분간 명품 소비 심리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