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의원 "노조 합의 없어 무효…다른 기관도 조사, 8일 발표"
이동걸 산은 회장 "인권침해 없었다…노사 대화 계속할 것"


산업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부서장을 통한 강압적 동의서 징구 등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한정애 의원을 단장으로 한 더민주 의원·당선인 11명은 2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을 방문해 노동조합과 이동걸 회장 등 노사 양측의 주장을 듣는 등 현장조사를 했다.

노조는 현장조사에서 지난 12일 사측이 성과연봉제 동의서를 징구하는 과정에서 70%라는 목표치를 제시하고 부서장들을 압박, 직원들이 강압적으로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동의서 서명을 거부하는 직원들에게 부행장이 "식물 부서장"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부서장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직원들을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김대업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강압으로 받은 동의서는 폐기돼야 하고, 이를 근거로 한 이사회는 무효"라며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사 합의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강압적인 동의서 징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 등 어려운 사안이 많다 보니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내용이 언급되길 원치 않았고, 그래서 오해를 낳은 것 같다"면서 "부서 회람으로 찬성하는 사람들이 서명하도록 했을 뿐, 어느 시기인데 인권 유린이 허용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애초에 노조와 대화가 잘 됐다면 좋았겠으나 시기적으로 그렇게 하기에는 어려운 애로사항이 있었다"며 "실상을 정확히 보고드리고, 앞으로도 노조와 대화는 끊임없이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사 양측과 대화를 마친 조사단은 "우리가 강압이라 보는 것에 대해 사측도 일정 부분 인정했으며, 이동걸 회장이 '그런 의도는 아니었으나 있었다면 유감'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한정애 의원은 "그간 진행한 동의서 징구 과정이 불법이라는 점을 밝혔고,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려면 노조와 합의하라고 전했다"며 "금융공공기관 노사 산별교섭에 응하라는 요구에 이 회장도 다른 기관과 교섭 복귀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추후 실태조사를 더 진행한 뒤 마무리되는 시점에 기자회견을 열겠다"며 "대통령 주재로 6월 9일 성과연봉제 관련 점검회의를 한다고 하니 그 전인 8일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보 등 금융공공기관을 포함해 심한 강압이 있었다고 제보가 들어온 기관 10곳 정도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금융위원회와 만나는 것도 사례를 취합한 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각 기관이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으나, 노조와 합의가 없어서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이야기했으나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