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는 요즘…'이혜훈 포비아'
여야가 20대 국회 원(院) 구성을 놓고 치열한 협상에 들어가면서 정부 부처도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구성에 갖는 관심은 그 어느 부처보다 크다.

무엇보다 예상 밖으로 ‘거물급’ 의원들이 몰려들고 있어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김광림·변재일·김성식 여야 정책위원회 의장 등의 기재위 ‘입성’이 거론되고 있다. 기재위는 전통적으로 비(非)인기 상임위원회로 꼽혔지만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 굵직한 현안이 많은 데다 내년 말 차기 대선을 앞두고 경제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기재부 공무원들에게는 또 다른 초미의 관심사가 있다. 이혜훈 새누리당 당선자(사진)가 기재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다. 3선인 이 당선자가 기재위원장이 새누리당 몫이 되면 이를 맡겠다고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가뜩이나 여소야대가 된 상태에서 성향이 강한 이 당선자가 기재위원장이 되면 업무 추진이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 당선자는 17·18대 국회의원으로 8년간 기재위에 있으면서 국정감사 때마다 피감기관을 매섭게 질타한 전력이 있어 기재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기피 대상 1호’ 여당 국회의원이란 평가가 많다.

기재부 A간부는 “2010년대 초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스쿠크법(이슬람채권법)’을 주도적으로 반대해 무산시킨 적이 있을 정도로 이 당선자는 소신이 강하다”며 “이 당선자가 기재위원장이 되면 여당 소속이지만 정부 처지에서 원활하게 업무 협조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기재부 B관계자는 “이 당선자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소신이 강한 점도 정부 관점에서는 부담이 되는 대목”이라고 했다.

기재위원장 후보로 새누리당에서는 이 당선자와 함께 또 다른 3선인 이종구 의원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민주에서는 김현미 의원과 김영춘 당선자 등이 기재위원장을 희망하고 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