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매출 2분기 연속 하락 '불안한 반도체'
메모리반도체업계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방제품인 PC와 정보기술(IT) 기기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D램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서다. 세계 D램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줄어드는 D램 매출

대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은 39억7200만달러로, 전 분기(47억6200만달러)보다 16.6% 감소했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D램 매출이 23억1700만달러에 그쳐 전 분기(28억6500만달러)보다 19.2% 줄었다.

3위인 미국 마이크론그룹도 전 분기보다 매출이 18.4% 줄었다. D램 시장이 전반적으로 두 자릿수 매출 감소를 기록해 완연한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매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글로벌 D램 수요 부진이 꼽힌다. 올 1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9.6% 줄었다. 노트북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스마트폰 출하량도 3% 줄었다.

여기에 스마트폰용 모바일D램 수요와 관련한 공급 과잉 문제도 발생했다.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반도체 코리아’ 위상은 여전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한국 ‘간판’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6.4%로 전 분기와 같았다. SK하이닉스는 전 분기보다 0.8%포인트 하락한 27.1%를 기록했다. 미국 마이크론이 18.5% 점유율로 3위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더한 국가별 점유율 합계는 한국이 74.4%로, 미국(18.8%) 대만(6.8%)을 큰 격차로 앞질렀다. 전 분기 75.2% 점유율에 비해선 소폭 줄었다. 한국 기업의 D램 점유율 합계는 2014년 3분기부터 작년 3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신기록을 경신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D램 매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서 시장 판도는 흔들리지 않았다”며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만 어려운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작년 4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두 분기 연속 매출이 하향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고민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매출보다 수익성에 초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매출보다는 수익성 확대 중심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나노미터에서 18나노미터로 미세공정을 바꾸는 등 강력한 기술력을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미세공정은 D램 회로의 폭을 줄이는 것이다. 회로가 촘촘해지는 만큼 같은 원료에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D램은 미세공정으로 갈수록 원가가 절감되고 수익성이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요즘 빠른 공정 전환을 통해 공급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매출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미세공정에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부터 21나노 공정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시험 단계인 21나노 공정의 안착 여부가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는 게 시장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1위인 삼성전자와 2, 3위인 SK하이닉스·마이크론 간 격차가 앞으로 더욱 벌어질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는 삼성전자의 경우 D램 가격이 계속 추락하는 상황에서도 수익성을 유지해온 만큼 2분기에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