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단계 거치며 유통비용 급증…음식점, 원가보다 2~3배 올려 받아
사육비 빼면 축산농 수익은 '쥐꼬리'…직거래 매장 확대 목소리


한우 값이 고공행진하면서 국산 쇠고기 맛보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4인 가족이 외식하면 15만∼20만원이 든다.

산지 소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탓이지만, 복잡한 유통구조도 고기 값을 부풀리는 원인이다.

충북 청주에서 맛 좋기로 소문난 한 한우고기 전문점의 꽃등심 가격은 1인분(150g)에 3만원이다.

'특수 부위'라고 불리는 안창살·치맛살·토시살·살치살 등은 같은 양에 4만원을 넘나든다.

아무리 1+ 등급 이상의 고급육만 취급하는 전문점이라지만, 비싸도 너무 비싸다.

서민들은 엄두를 못 내는 '귀족 음식'이 된 지 오래다.

지난해부터 산지 소 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한우 1마리가 소형 승용차 가격대인 1천만원을 넘지만, 상승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 한우 값 1천만원…공급 부족이 원인
지난 18일 충북 음성 축산물 공판장에서 경매된 거세 한우 279마리 중 60마리(21.5%) 낙찰가격이 1천만원을 넘었다.

체중 700∼800㎏ 나가는 몸집 큰 거세 한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5마리 중 1마리꼴로 몸값 1천만원 이상을 찍은 셈이다.

한우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이유는 공급이 부족해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앞서 한우 값 폭락을 우려한 농민들이 사육 두수를 줄여 온데다, 2013년부터 정부까지 나서 축산농가 폐업을 지원했다.

올해 1분기 전국에서 사육되는 한·육우는 259만6천마리다.

정부에서 보는 적정 사육 두수 280만마리에서 20만4천마리(7.3%)가 모자란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조재성 사무관은 "한우가 시장에 공급되기까지는 임신 기간을 합쳐 최소 3년 이상 소요된다"며 "10개월 만에 나오는 돼지와 달리 공급의 탄력성이 떨어져 수급조절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육기간이 길어서 초과 수요·공급이 있더라도 쉽게 마릿수 조절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 쇠고기 값의 41.5%가 유통비…거품 논란
한우가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유통과정은 크게 5단계로 나뉜다.

축산농가-도축장-중도매인(경매)-가공업체-정육점(소매점)을 거치는 구조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지난해 상반기 축산물 유통실태를 조사해 내놓은 쇠고기 유통 비용율은 41.5%다.

소비자가 낸 쇠고기 값 1만원 중 4천150원은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덤으로 얹혀진 비용이라는 얘기다.

음식점의 경우에는 여기에다가 영업장 임대료와 인건비 등이 더해져 원가보다 2∼3배 높은 값이 매겨지는 형태다.

이 때문에 쇠고기 값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는데도, 축산농가는 돌아오는 몫이 그리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옥천에서 거세 한우를 키우는 이모(51)씨는 "큰 소를 팔면 그 자리에 송아지를 넣어야 하는 데, 송아지 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크게 남는 게 없다"며 "2011년부터 4년간 소 값 폭락으로 손해 봤던 부분을 겨우 복구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농협 축산정보센터가 집계한 지난달 전국 가축시장의 6∼7개월 된 수송아지 평균 가격은 363만1천원, 같은 크기의 암송아지는 292만2천원이다.

불과 3년 전 수송아지가 170만원, 암송아지는 100만원에도 못 미치던 것에 비하면 2배 넘게 값이 오른 셈이다.

이씨는 "한우 1마리를 키워내는데 사료 값으로 350만원이 들고, 여기에 관리비·인건비·시설물 감가상각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송아지 값이 400만원에 육박하면서 농가 입장에서는 소를 키워 10% 이윤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 생산자 단체 직거래 매장 시중보다 20% 저렴…확대 목소리
유통업계에서는 한우 값이 너무 오르면 값싼 수입 쇠고기에 시장을 내줘 결국 축산농가에 피해가 되돌아간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한우 값이 오히려 축산농가를 위기에 몰아넣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 거품을 걷어낸 한우 직거래 매장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축협이나 생산자단체 등이 직접 한우를 도축해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운영하는 매장이다.

보은축협이 운영하는 '한우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보은축협은 농가로부터 사들인 한우를 도축해 직영 가공공장으로 보내 직접 발골·정형 작업을 거친 쇠고기를 이곳에 공급한다.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최상품인 1++ 등급의 등심 가격은 100g에 1만900원, 안심과 채끝은 1만1천200원이다.

매장에서 쇠고기를 구워먹을 때 1인당 4천원의 상차림 비용을 별도로 내야 하지만, 시중보다 20% 이상 저렴하게 쇠고기를 즐길 수 있다.

중도매인이나 외부 가공업체를 거치지 않는 구조여서 적당한 이윤을 포함시키더라도 값이 '착해진다'는 게 축협 측의 설명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이 같은 형태의 매장이 급증하는 추세다.

정부와 농협도 축산물 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판매장 설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우의 생산·도축·가공·판매로 이어지는 과정이 단순해질수록 소비자 가격은 낮아진다"며 "한우프라자 형태의 직거래 판매장에 시설·자재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육 중심의 유통구조를 부위별 포장 방식으로 바꾸는 것도 운송비를 줄여 한우의 산지 가격과 소비자 가격 차를 좁히는 효과가 있다"며 "도축시설의 대형화·현대화를 지원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쇠고기 유통구조를 바꾸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올해 한우 직거래 매장 설치에 12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