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 원화시장 개설·시세 데이터 활용권 과제
선진지수 편입되면 실 크다는 지적도…정부 "시그널 효과 기대"

한국 증시가 다음 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관찰대상국 편입에 도전한다.

한국이 MSCI 선진지수 편입에 도전하는 것은 2년 만이다.

한국은 2008∼2014년에도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올랐으나 요구 조건을 이행하지 못해 선진지수에 들지 못했고 작년에는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된 바 있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 투자자 통합계좌 도입, 주식·외환시장 30분 연장 추진 등으로 선진지수 편입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역외 원화시장 개설 문제, 코스피 지수 사용권 문제가 당장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어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진지수 편입에 따른 자본 유출입 효과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려 선진지수 편입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 편입까지 한고비 넘겼지만…과제 '여전'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SCI가 한국 증시의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충족해야 한다고 보는 요구 조건은 외국인 통합결제계좌 도입, 원화 환전성 불편 해소, 한국 주식 시세 활용권 등이 거론된다.

일단 정부는 외국인 투자등록제도라는 큰 과제를 하나 해결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통합결제계좌를 허용하기로 하고 5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고서 내년부터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외국인 통합결제계좌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나 증권사가 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통합 처리할 때 필요한 계좌로 그간 우리나라에선 허용되지 않았다.

원화 환전성 불편 해소 문제, 주식 시세 활용권 문제 등은 아직 갈 길이 남았다.

MSCI는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원화 거래 시장 개설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안정적인 외환 관리가 정책 목표인 정부로서는 MSCI의 요구를 허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신 정부는 외환시장 마감 시간을 30분 연장하고 중국 상하이에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해 원화 환전의 불편함을 덜어낸다는 방침이다.

앞선 선진지수 편입 도전에서도 걸림돌이 된 바 있는 시세 데이터 활용 문제는 아직도 MSCI와 의견이 갈린다.

MSCI는 코스피의 시세 데이터를 활용해 파생상품을 만들어 투자 목적으로 상품화해 다른 거래소에 팔고 싶어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 선진지수 편입이 아니라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 선정 단계이기 때문에 MSCI의 요구를 100% 충족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앞서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 지수로 편입될 때에도 MSCI와 비슷한 요구가 있었지만 한국 특성상 요구 조건을 모두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바 있다"며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 증시가 선진지수 관찰대상국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쟁점 사안 중 외국인 투자자 ID 시스템 문제가 하나 해결됐고 정부가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주식·외환시장 거래 시간도 연장하기로 했기 때문에 관찰대상국에 들어갈 가능성은 작년보다 커졌다"고 설명했다.

MSCI 선진지수 관찰대상국 편입 여부는 다음 달 15일 발표된다.

◇ 금융시장 안정에도 투자금 유출 우려

정부가 올 초 MSCI 선진지수 편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배경 중 하나로 중국 증시의 MSCI 신흥국 지수 편입 가능성이 거론됐다.

중국 지수가 다음 달 MSCI 신흥국 지수에 포함되면 한국 증시에 묶였던 자금이 중국으로 대거 쏠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 증시의 변동성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커지는 양상을 보이는 점도 우리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선진지수 편입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 외국인 자금 유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과거 신흥국 지수에서 선진지수로 이동한 포르투갈, 그리스, 이스라엘은 모두 선진지수 편입 당시 외국인 주식투자 순유입액이 전년보다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유출은 상당 부분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성향에 따른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우리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이동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보다 매도가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영성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선진지수 편입 시 패시브 자금 예상 매도 수요는 5조∼7조원이고 액티브 자금 이탈 규모는 계산상 27조원이지만 매도 규모는 전적으로 외국인들의 선택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선진지수 편입으로 외국인 매매가 소수의 대형주에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흥시장에 비해 선진시장의 외국인 매매 패턴은 변동성이 적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자금 유출·유입 모두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시장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투자자들에게 한국 증시는 안전하다는 측면을 더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금 유출입 여부를 알 수 없더라도 신흥지수에 남는 것보다 선진지수에 편입되는 게 더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염동철 LIG 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이번에 신흥지수에 들어오면 신흥지수 중 한국의 규모가 계속해서 줄어들어 외국인 투자자금이 계속해서 빠져나간다"며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당장 국내 증시에서 자금 유출이 일어날 수 있어도 단기적으로 빠져나가는 데 그친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김수현 기자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