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20년 '유통 빅뱅'] 이기형 "한 분야 집중하는 전문 몰만  생존…AI가 쇼핑의 미래 바꿀 것"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는 분야별 ‘카테고리 킬러’들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여행상품과 티켓 판매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는 전문몰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인터파크 본사에서 만난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53·사진)은 “모든 물건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형태보다는 한 분야에 특화한 전문몰이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며 온라인 쇼핑업계를 전망했다.

이 회장은 1996년 인터파크를 설립해 국내에 온라인 쇼핑을 처음 소개한 1세대 창업자다. 국내 1위 온라인몰인 G마켓도 그가 창업해 이베이에 매각했다.

20년간 온라인 쇼핑업계에 몸담은 이 회장은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처럼 다양한 상품군을 판매하는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며 “인터파크가 2014년 완구류 전문몰인 ‘아이토이즈’를 연 것도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확대되고 있는 소셜커머스의 최저가 마케팅에 대해서는 “철 지난 전략”이라고 평했다.

이 회장은 “온라인사업 초기엔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내리는 전략으로 시장을 지배할 수 있겠지만 시장이 성숙하고 자금줄이 탄탄한 경쟁자가 늘어나면 먹히지 않는 전략”이라며 “단기간 큰 폭으로 할인해 소비자들을 끌어모아도 가격을 다시 정상화하면 외면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꼽는 온라인 쇼핑의 핵심 경쟁력은 물류다.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배송 루트를 정교하게 구축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머신러닝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한 인공지능(AI)이 쇼핑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 먼저 알고 추천해주는 개인화 서비스가 온라인 쇼핑업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이 인터파크의 가장 큰 잠재적 경쟁자로 알파고 등을 통해 AI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준 구글을 꼽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아마존이 한국 시장에 들어와 경쟁한다고 해도 G마켓 인터파크 등 기존 업체의 거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지만, 구글이 검색 기술과 AI 기술을 더해 쇼핑 지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은 위협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데이콤 멀티미디어추진팀 대리로 일하던 1996년 사내벤처 공모전을 통해 인터파크를 창업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회사를 직접 인수했고, 1998년과 1999년 티켓파크와 투어파크를 설립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2014년에는 카오스 재단을 설립해 과학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글=강진규/정인설·사진=김영우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