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바셋 서대문역점
폴바셋 서대문역점
2009년 1월 매일유업이 커피전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폴바셋 1호점을 신세계백화점 강남역점에 연 것. 성공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복판에 있었고, 커피시장은 포화상태라고 여겨졌다. 비싼 커피로 승부하겠다는 폴바셋의 전략은 먹힐 것 같지 않았다.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해 폴바셋은 급성장했다. 매장 수는 전년에 비해 두 배 가까운 70개로 늘어났다. 매출도 70% 급증했다. 다른 상위권 커피전문점은 매출이 줄거나 매출 증가율이 10~20% 수준으로 둔화했다. 폴바셋의 성장은 스타벅스의 성공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별한 메뉴, 고급스러운 매장, 고품질 커피, 직영매장 유지 등이 그것이다.
폴바셋 서대문역점
폴바셋 서대문역점
◆고가 커피, 고급스러운 매장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 적당한 값에 팔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 비싸도 좋은 품질의 커피를 내놓으면 소비자가 이를 선택할 것이다.”

커피 한 잔 4700원, 품질 타협 없다…고고한 폴바셋, 성장도 高高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사진)이 폴바셋을 열면서 한 말이다. 폴바셋은 이 전략을 그대로 실행했다. 폴바셋 메뉴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다. 대신 ‘룽고’를 판다. 아메리카노보다 두 배 많은 원두를 사용해 긴 시간 동안 추출한다. 일반적인 아메리카노보다 더 깊은 맛과 향을 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장도 고급스럽게 꾸몄다. 소비자가 폴바셋에 가는 것만으로도 다른 커피전문점에 가는 것과 차별화된 느낌을 받도록 하기 위한 마케팅이었다.

고급화 전략은 스타벅스와 비슷하다. 1971년 미국 시애틀에 처음 문을 연 스타벅스는 일반 로브스타 원두가 아닌 고급 아라비카 품종으로 커피를 내렸다. 값도 다른 커피점보다 비쌌다. 소비자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고가의 커피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스타벅스는 세계 71개국에 2만30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1980년대 스타벅스는 또 다른 혁신제품을 선보였다. 카페라테였다. 아메리카노만 마시던 미국인은 이탈리아식 카페라테에 열광했다. 카페라테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커피 메뉴가 됐다. 업계에서 “스타벅스가 하는 업(業)의 본질은 우유산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폴바셋도 비슷하다. 우유업체란 점을 바탕으로 맛이 다른 아이스크림과 카페라테를 주력 메뉴로 마케팅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고급 원두를 고집하는 것처럼 폴바셋도 원두를 중시한다. 사용하는 모든 원두는 바리스타인 폴 바셋이 세계 커피 산지와 농장에서 최상급 생두를 직접 선별해 사용한다.

◆바리스타 중심의 직영점 체제

커피 한 잔 4700원, 품질 타협 없다…고고한 폴바셋, 성장도 高高
스타벅스는 지금도 직영점을 고집한다. 합작을 해도 직영점 체제를 유지한다. 제대로 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스타벅스가 바리스타를 중시한 것도 직영점 전략과 닿아 있다. 바리스타는 단순히 커피음료만 제조하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커피에 대한 얘기를 해주며, 커피점을 문화로 만들어갔다.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당신의 아침을 선사하는 곳’이라는 마케팅을 할 수 있던 이유다.

폴바셋도 직영점 체제를 고집하고 바리스타를 중시한다. 70개 매장은 모두 직영점이다. 커피와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폴바셋을 운영하는 엠즈씨드의 석재원 대표는 “2020년까지 매장을 200개로 늘릴 것”이라며 “직영점을 통해 내실 있게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폴바셋은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전문 바리스타만을 고용한다. 이들은 모두 정규직원으로 정기적인 커피 교육을 받는다. 폴바셋은 바리스타의 숙련도에 따라 룽고를 추출하거나 디저트 스타일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바리스타로 나눠 전문성을 강화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폴바셋은 스타벅스가 성공한 요소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