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단순한 승급체계 변경 이상"…LG "상대평가+절대평가 융합"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업문화 혁신에 더해 일하는 방식까지 확 뜯어고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관건은 직급 및 성과 평가체계의 혁신이 될 전망이다.

◇ 삼성전자 직급벽 허문다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글로벌 인사혁신 로드맵을 수립하기 위해 인사팀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TF에는 인사팀 외에도 직급별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임직원이 포함돼 있다"며 "사내 집단지성 모자이크 등을 통한 의견수렴을 마쳤고 지금은 최종 혁신안을 가다듬는 단계"라고 말했다.

삼성은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짜인 5직급 체계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세그먼트(세부부문) 리더, 프로젝트 리더 등 과제 중심의 다양한 직함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기존 직급체계를 단순히 선임-책임-수석 등 연구개발(R&D) 직제 형태로 바꾸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며 "모든 직급을 깡그리 없애고 전 직원을 '00프로', '00님' 식으로 부를 순 없겠지만 기존에 생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직급의 벽을 허물어뜨릴 것"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최근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 진행된 '세리프 TV 프로젝트'도 주목받고 있다.

가구를 닮은 TV로 호평받은 세리프 TV 프로젝트는 아이디어를 낸 과장이 팀 리더를 맡고 그 아래에 전무까지 팀원으로 합류해 성공적으로 완성작을 만들어낸 케이스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승진, 평가, 고과 등 인사 전반에 걸친 혁신을 위한 TF도 가동 중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생산성격려금(PI)으로 불리던 목표인센티브, 초과이익분배금(PS)인 성과인센티브 체계의 변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3월 스타트업 컬처혁신 선포식을 열어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 등의 3대 컬처혁신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 LG전자 상대평가+절대평가 융합…"연말 목표로 작업"

LG전자는 팀장없는 날, 회의없는 날, 플렉서블 출퇴근제, 안식휴가제 등을 잇따라 도입한 데 이어 올 연말 또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진급·평가제도 혁신작업에 착수했다.

직급 체계로는 기존 5직급 호칭을 유지하면서도 파트장, 프로젝트 리더 등을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제도는 S·A·B·C·D 등 5등급으로 이뤄지는 현행 상대평가제에서 최고 수준인 S등급과 최저인 D등급은 상대평가로 유지한 채 대다수 직원이 받는 A·B·C는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평가에 절대평가를 접목하면 프로젝트 성패 여부에 따라 팀 전원이 A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LG전자는 임직원들의 일·생활 밸런스(균형)를 위해 팀장없는 날 프로그램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H&A사업본부에서는 팀장없는 날에 맞춰 회의없는 날도 동시에 적용하고 있다.

H&A사업본부는 또 오후 7시30분을 기준으로 업무를 종료하도록 하는 '730' 활동을 시행 중이다.

◇ 전자업계 확산…일각선 "명함 바꾸는 재미 앗아간다" 지적도

직급 파괴와 컬처 혁신은 IT전자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삼성전기는 이달부터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비효율적 업무 개선을 위해 주간회의 생략 부서도 잇따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마일리지형 신인사제도를 도입해 정착단계인데 조직활성화 브랜드로 최근 '소중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익명 추천으로 2천700여명의 조직내 숨은 일꾼을 찾아낸 프로젝트다.

SK하이닉스는 정기승진을 폐지하고 인사마일리제 제도를 통해 마일리지 점수 누적에 의거한 승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기존 직급 체계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급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경우 3~4년 주기의 승급 기회가 사라져 이른바 '명함 바꾸는 재미'를 앗아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