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엘 "몬산토 400억달러에 인수"…독일 기업 18년만에 최대 M&A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독일 화학·제약회사 바이엘이 세계 최대 농화학 회사인 미국 몬산토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400억달러(약 47조5000억원) 이상을 주고 몬산토를 사서 농화학 부문의 강자가 되겠다는 계획이지만, 바이엘 주주들은 도리어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시너지가 날지 의문스럽고 몬산토를 사느라 기업 재무상태만 나빠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바이엘은 19일(현지시간) 몬산토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몬산토 측에서도 ‘요청하지 않은 인수 제안’을 받았음을 인정했다. 성사되면 1998년 다임러벤츠의 크라이슬러 인수(386억달러) 이후 18년 만에 독일 회사의 최대 인수합병(M&A)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바이엘 측은 이날 성명서에서 “바이엘을 혁신적인 생명과학 회사로 키우고 세계를 선도하는 통합 농업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바이엘은 지난해 매출 463억유로(약 61조7000억원) 중 약 22%를 제초제 ‘라운드업’ 판매 등 농업 부문에서 올렸다. 바이엘은 몬산토를 인수하면 자사 제초제에 견디는 작물을 개발하는 식의 통합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바이엘 주가는 하루 만에 8.2% 폭락했다. 자산운용사 번스타인의 제레미 레데니우스 선임애널리스트는 FT에 “투자자들은 바이엘의 농업화학 부문이 아니라 헬스케어 사업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며 “몬산토를 사는 것은 투자자가 원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몬산토의 반응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몬산토는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바이엘 인수 제안이 ‘억측’이라고 부인했고, 이후 ‘검토 중’이라고 밝혔을 때도 소극적인 표현을 골랐다. FT 등은 몬산토가 경영권 매각보다 통합 농화학 사업을 위한 합작 투자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가총액 730억유로(약 97조원) 규모의 바이엘이 440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몬산토를 무리해서 인수한다 해도 지나친 재무 부담 때문에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몬산토는 유전자조작작물(GMO)로 유명한데, 독일 회사인 바이엘이 미국보다 훨씬 까다로운 유럽의 GMO 관련 규제를 넘을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엘이 몬산토 인수를 구상한 것은 최근 화학·제약·농업 관련 부문의 숨가쁜 M&A전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이번엔 몬산토가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그 전까지 몬산토는 스위스 농업화학 회사 신젠타를 사려고 했다. 세 차례에 걸친 인수 시도가 지난해 5월 최종 실패한 뒤 신젠타는 중국화공그룹(켐차이나)에 440억달러에 매각됐다. 또 미국 다우케미칼과 듀폰은 동등합병을 결의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