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10시(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 외곽 구르가온의 사이버허브 상점가.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 '유니'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10여명의 손님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었다.

뉴델리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하러 왔다가 들렀다는 야시카 굽타(16·여)는 "지금은 대만 HTC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데 아이폰6s로 바꾸고 싶어서 들렀다"면서 "앞으로 애플이 인도에 더 많은 지원을 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매장의 니얄(30) 부매니저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방문과 함께 최근 고객들의 관심이 더 커진 것 같다"면서 "작년보다 판매량이 느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애플 CEO로서는 처음으로 팀 쿡 CEO가 지난 17일 밤 인도를 방문하면서 그의 '애플 띄우기' 행보가 인도에서 연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쿡 CEO는 인도에서의 첫 행보로 18일 오전 장애물을 없애 사업이 번창하도록 도와준다는 힌두신 '가네샤'를 모신 뭄바이 시디비나야크 사원을 방문했다.

이어 샤루크 칸 등 볼리우드(인도영화) 슈퍼스타들과 만찬을 한 뒤 다음날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 주에서 인도 최고 인기 스포츠 크리켓을 관람하는 등 잇단 인도 친화적인 행보를 보였다.

한 언론은 이를 두고 '쿡이 이틀만에 인도의 성스러운 삼위일체(종교·볼리우드·크리켓)를 마쳤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쿡 CEO는 인도 투자 계획도 한꺼번에 풀어놓지 않고 하나씩 공개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인도 방문 일정 첫날인 18일에는 인도 정보기술(IT) 중심지인 남부 카르나타카주 벵갈루루에 앱 디자인·개발 센터를 설립해 애플 운영체제인 iOS용 앱 개발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날에는 텔랑가나 주 하이데라바드를 방문해 기술개발센터 설립 계획을 공개했다.

이 센터는 4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과 아이폰 공급을 포함해 장기 협력관계 구축을 합의했으며 20일 인도 최대 통신사 바르티 에어텔의 수닐 미탈 회장도 만나 협력을 논의한다.

21일 성사될 것으로 관측되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남에서는 인도가 바라는 애플의 인도 제조공장에 관한 발표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쿡은 한 인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1년이나 몇 년 정도 있으려고 인도에 온 게 아니다"라며 "수백 년은 있으려고 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쿡 CEO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면서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자' 삼성전자도 적극적인 '맞불 홍보전'을 벌이는 등 긴장하는 모양새다.

2007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장에서 휴대전화 생산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수년째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1∼3월에도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64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25.1%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은 2.7% 점유율로 7위에 불과했다.

애플이 강세를 보이던 프리미엄폰 부문에서도 1~3월 삼성이 62%, 애플이 3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했다.

하지만 애플이 인도에 제조공장을 설립하는 등 본격적으로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나선다면 삼성으로서는 저가폰 시장에서 인도·중국 기업과, 고가폰 시장에서는 애플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인도 일간 이코노믹타임스는 20일 삼성전자가 이 때문에 쿡 CEO의 인도 행보를 밀착 추적해 일일보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측은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라고 반박했지만, 이같은 보도는 인도 언론 역시 삼성과 애플의 팽팽한 긴장관계를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은 20일 힌두스탄타임스 등 인도 주요 일간지 1면에 삼성이 지난 20년간 '인도를 위한 생산'(메이크 포 인디아)을 통해 인도에서 신뢰를 쌓아왔음을 강조하는 광고를 실었다.

이 광고에서 삼성전자는 노이다와 첸나이 등 2곳의 공장과 벵갈루루 등 3곳의 연구개발센터, 1곳의 디자인 센터를 운영하고 있음을 홍보했다.

이는 애플이 현재 추진하는 연구개발센터와 제조공장 설립이 삼성이 이미 20년 동안 해오던 것임을 내세워 인도 소비자에 대한 자사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또 쿡 CEO의 인도 행보 첫날인 18일에도 주요 일간지 1면에 최신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 J5와 J7 전면광고를 싣는 등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