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진 기자 ] 대화를 이해하는 가상현실(AI) 비서와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기기와 앱을 아우르는 VR 플랫폼.

구글의 세상에서 AI와 VR은 이미 현실이다. AI '알파고'로 세계를 놀라게 한 구글의 기술이 어느새 일상으로 성큼 다가왔다.

구글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마운틴뷰 본사에서 열린 최대 연례 개발자회의인 '구글 I/O 2016'에서 VR과 AI 분야 주요 제품과 서비스를 발표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이번 행사엔 7000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참석했으며 나흘동안 진행된다.
테이블 오른쪽에 올려져 있는 등잔 모양의 '구글 홈' 스피커. / 사진=구글 블로그.
테이블 오른쪽에 올려져 있는 등잔 모양의 '구글 홈' 스피커. / 사진=구글 블로그.
키노트 무대를 연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에서 대화식 AI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먼저 소개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외부 정보를 찾아주는 '음성 비서' 역할을 한다. 피차이 대표가 무대에서 스마트폰을 향해 영화 '레버넌트'의 감독과 그의 수상 목록을 묻자 스마트폰은 적절한 답을 내놓았다.

이어 무대에 오른 크롬캐스트 팀의 마리오 퀴에로스 제품관리 담당 부사장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지원하는 가정용 스피커 '구글 홈'을 공개했다. 흰색 등잔처럼 생긴 구글 홈의 주요 기능을 설명하고 직접 시연했다. 구글 홈은 연내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AI를 활용한 구글의 스마트메시징 앱 '알로'. / 사진=구글 블로그
AI를 활용한 구글의 스마트메시징 앱 '알로'. / 사진=구글 블로그
이어 등장한 에릭 케이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AI를 활용한 스마트메시징 앱 '알로'를 선보였다. 이 앱은 대화에 대해 사람이 어떤 답을 하려고 하는지 기계가 짐작해 후보 답안을 추천하는 기능을 갖췄다. 사람끼리 대화할 수 있을뿐 아니라 구글의 AI 봇을 호출해 기계와 인간이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알로와 함께 쓸 수 있는 고화질 비디오 채팅앱 '듀오'도 이날 처음 공개됐다. 두 앱 모두 올 여름 출시될 예정이다.

다시 무대에 오른 피차이 대표는 '데이드림'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고성능 VR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데이드림은 VR 헤드셋과 컨트롤러, 앱 등을 포괄한다는 설명이다.

올 가을 나올 차기 안드로이드 버전인 '안드로이드 N'에 데이드림 모드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피차이 대표는 데이드림 플랫폼은 VR 사용자의 시선이동과 화면이 업데이트되는 사이의 시간차를 0.02초 이내가 되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몇 달 내 데이드림용 헤드셋과 컨트롤러가 출시될 것"이라며 "삼성전자LG전자 중국 화웨이 샤오미 HTC ZTE 등도 올 가을 데이드림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조연설을 마무리하면서 AI의 응용 사례로 구글이 개발 중인 당뇨 합병증 진단 기술을 소개했다. AI의 핵심 기술인 '딥 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컴퓨터가 사진을 보고 당뇨성 망막병증을 진단하도록 가르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컴퓨터의 조기 진단 실력이 매우 능숙해졌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이번 행사를 통해 일상에 스며든 AI와 VR의 모습을 한층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AI와 VR의 대중화를 이끌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반에서 구글 중심의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통해 AI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이제는 음성 AI 서비스로 생활 속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VR 플랫폼 데이드림에선 VR 시장을 선점하려는 구글의 야심이 엿보인다. 이미 구글은 스마트폰을 직접 만들지 않고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라는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폰 업계 수익 사업을 손에 쥐었다. 같은 방식으로 VR 시장에서도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역시 VR 대중화를 위한 조건으로 콘텐츠와 이를 유통할 플랫폼을 꼽는다는 점에서 구글의 움직임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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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