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샤프에 출자키로 했다가 백지화한 전례 떠올려

10월이면 대만 기업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에 넘어갈 예정인 일본 샤프가 홍하이의 출자금 납입 전망이 확실하지 않자 "2012년 홍하이가 출자키로 했다가 백지화한 것처럼 또 당하나"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홍하이는 출자금 납입에 대한 확신은 주지 않은 채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과 불필요한 경비 삭감 요구 등 샤프 경영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인상을 주면서 "돈도 안 내고 벌써 주인행세부터 한다"는 불만도 샤프 외부로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3월 30일 홍하이는 3천888억엔(약 4조1천688억원)을 출자해 샤프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지난 12일에는 다카하시 고조 사장 후임에 홍하이의 다이정우(戴正吳) 부총재를 임명한다는 인사안을 공개했다.

출자금 납입 기한은 10월로 아직 멀었지만 홍하이의 자본 여부를 놓고 샤프 직원들은 "홍하이에 농락당하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 한다.

이런 흐름 때문인지 샤프 주가는 크게 안 오르지 않고 140엔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카하시 사장이 12일 홍하이의 불입에 관해 "6월 30일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자 13일 주가가 한때 8%까지 올랐지만, 종가는 2% 상승에 머물렀다.

일정을 밝힌 것이 출자의 실현성을 높이는 듯했지만, 납입이 끝날 때까지는 예측불허로 봤기 때문이다.

샤프는 2015년도에 2천559억엔의 적자를 내며 430억엔의 채무초과 상태에 빠졌다.

채무초과 해소에는 홍하이에서의 출자가 불가결하다.

이번 출자가 실현되면 홍하이 그룹은 의결권이 있는 샤프 주식 66%를 갖게 된다.

출자금 납입을 둘러싼 관측 못지 않게 홍하이의 행보를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인수타결 전에는 샤프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한다고 했지만 인수합의 이후에는 샤프의 실적악화를 빌미로 뒤집는 분위기다.

일본 내에서 3천명, 세계에서 7천명 규모의 삭감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나돈다.

홍하이는 샤프 경영에 일일이 개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궈타이밍(郭台銘) 홍하이 회장은 추가 보수나 직급 격하 등 홍하이 방식의 인사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종신고용과 호봉제에 익숙한 샤프 직원들은 불안하다.

궈 회장은 고정비용 삭감에도 나섰다.

4월에는 도쿄도 미나토구에 있는 샤프 도쿄지사를 방문해 "적자인데 이런 훌륭한 빌딩에서 근무하는가.

1~2개월 안에 나가라"고 거친 목소리로 주문했고, "무리"라는 사원들의 반응은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지시에 따라 5월 12일 결산발표 자료에는 도쿄 사무실 일부를 마쿠하리빌딩(지바시)으로 일부 이전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지바시 마쿠하리는 도쿄 미나토구보다 사무실 비용이 훨씬 싸다.

오사카 시내 본사도 외곽 사카이시로 옮긴다.

이처럼 출자도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궈 회장이 샤프의 사장처럼 행세하고, 매일 바뀌는 지시를 하는 것에 대해 "돈은 안내고 주인행세부터 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특히 감원 규모는 며칠에 한 번꼴로 1천명 단위로 다르게 흘러나와 뒤숭숭하다.

샤프의 현 경영진은 이미 당사자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사내에서는 출자 무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온다.

홍하이는 2012년 합의했던 샤프에 대한 출자를 뒤집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도 출자가 실현돼 홍하이가 샤프의 실제 주인이 될 것인지를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