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이어 삼성중공업도 대규모 긴축안 제출

전 세계 조선 빅3 중의 하나인 현대중공업에 이어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자구안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했다.

이달 말 대우조선해양까지 추가 자구안을 내면 전 세계 1~3위 조선업체가 모두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셈이다.

정부는 기존의 생색내기 구조조정이 아닌 뼈를 깎는 혁신을 요구해 주채권은행들이 이들 조선업체의 자구안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그동안 성장 일변도인 조선 빅3가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자구안을 제출했다는 점에서 조선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이날 저녁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재무구조 개선과 인력 감축, 유동성 확보 방안 등이 담긴 자구안을 제출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 채권단에 구조조정안을 낸 것은 외환위기 직후 삼성자동차 사태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라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삼성중공업이 매년 조원 단위 수익으로 효자 계열사로 평판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오늘 저녁 주채권은행에 대규모 자구책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에는 임원진 및 조직 추가 축소 개편, 희망퇴직을 통한 추가 인력 감축, 임금 동결 및 삭감, 순차적 독(dock·선박건조대)의 잠정 폐쇄, 비핵심자산 매각 강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삼성중공업의 극약 처방은 올해 들어 수주가 단 1건도 없을 정도로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최근 두산엔진 지분을 처분하는 등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섰으며 거제삼성호텔을 포함해 각종 설비를 매각할 방침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12일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현대중공업이 낸 자구책에는 생산직을 포함해 전체 인원 10% 안팎에 해당하는 3천여명가량에 대한 감축안이 담겼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8일 상반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조선 관련 계열사 기존 임원의 25%에 해당하는 60여 명을 정리한 바 있다.

사무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희망퇴직도 하고 있다.

시설운용 효율화 방안이나 하이투자증권 등 보유 주식 및 비핵심자산 매각 계획 등이 담겼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최근 진행하는 긴축 정책은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이다"고 전했다.

지난해 5조원 이상 적자를 내며 채권단 지원까지 받는 대우조선도 이달 말에 추가 자구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을 추진함에 따라 현재 자구책보다 강화된 긴축안을 5월 말에 제출하기로 하고 경영 상황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추가 자구안에는 조직 개편, 희망퇴직 재실시, 임금 및 수당 하향 조정, 운용 시설 축소, 비핵심자산 매각 강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채권단 지원이 결정되면서 2019년까지 인력 2천300여명을 추가로 감축해 전체 인원을 1만명 수준으로 줄이는 등 1조8천5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세운 바 있다.

문제는 이들 빅3의 자구안 제출에도 전 세계 조선 불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저유가가 경기 침체로 선주사의 발주가 끊겨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조선소가 이미 400여개 넘게 문을 닫았고 매주 1~2개씩 파산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조선 빅3의 경우 그동안 수주해온 일감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도 1~2년 내에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여 이런 최악의 상황이 지속하면 또 다른 자구안을 내놓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 조선 불황이 해결되려면 모든 조선소의 절반이 문을 닫아야 수요와 공급이 맞게 된다"면서 "현재는 망하지 않고 오래 버티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어 몸집을 최대한 줄여 생존 능력을 키우는 게 최선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