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부문이 세계 주요 가전기업 중 최고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이달 초까지 발표된 세계 가전업체의 올 1분기 실적을 종합한 결과다. LG전자 H&A사업부는 1분기 매출 4조2195억원에 영업이익 4078억원으로 사업부 사상 최고인 9.7%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미국 월풀의 영업이익률은 6.1%,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는 4.5%에 그쳤다.
LG전자, 가전 이익률 세계 최고…'55년 모터기술'이 비결
삼성전자에서 TV와 의료기기 등을 함께 생산하는 CE(소비자가전)사업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4.8%였다. LG전자에서 TV를 담당하는 HE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7.7%였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은 다른 전자제품보다 인건비 비중이 높아 영업이익률이 4% 정도만 나와도 양호한 수준”이라며 “1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같이 높은 영업이익률의 비결은 LG전자가 55년간 축적해온 모터 기술에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다른 제품보다 수익률이 높은 프리미엄 가전이 있었기에 불경기에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며 “프리미엄 가전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것이 바로 모터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트윈워시 히트의 비밀도 모터에

모터 기술의 경쟁력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대당 200만원 이상의 고가 세탁기인 ‘트윈워시’다. 세탁기 두 개가 아래위로 붙어 있는 트윈워시에서 위쪽 세탁기의 드럼은 수직으로, 아래쪽 세탁기의 드럼은 수평으로 원을 그리며 돈다. 이처럼 다른 방향으로 나오는 진동은 공진 현상을 불러 제품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LG전자 모터연구실의 이호재 수석연구원은 “특정 진동이 다른 진동에 더해져 미국에서는 다리가 무너졌을 정도로 공진 현상은 강력하다”며 “이 같은 진동을 줄이는 데는 모터 기술이 필수”라고 전했다. 하루 최대 700대가 팔리는 트윈워시를 앞세워 LG전자는 1분기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에서 26.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 삼성전자(21.2%)와의 격차를 벌렸다.

공기청정기, 에어컨 등 실내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이 늘면서 모터 기술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제품 가동에 따른 소음과 진동을 줄여야 실내에서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 공급에 따라 모터 회전수를 조정할 수 있는 인버터 모터가 LG전자 모터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45%에서 내년 70%까지 높아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어려울 때 꾸준한 투자가 결실로

지금은 핵심 경쟁력이 됐지만 2000년대 초만 해도 국내 가전업계에서 모터는 천덕꾸러기였다. 제품 개발과 품질 검증 등에 많은 비용이 드는 데 반해 수익성은 낮아서다. 삼성전자 등 다른 대기업은 외환위기 직후 모터 사업부문을 분사하거나 없앴다. 하지만 LG전자는 관련 연구인력과 투자를 오히려 늘렸다. 해외에서도 LG전자 정도의 모터사업부를 거느린 가전회사는 없다. LG전자 모터 담당 임원은 “가전제품 경쟁력의 핵심인 모터를 포기할 수 없다는 고위 경영진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터 기술자들은 벨트 없이 세탁기 통 바로 밑에서 구동하는 DD모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전자기만으로 작동하는 BLDC모터 상용화에 성공하며 이에 보답했다. 일반 모터 분야에서 턱밑까지 따라온 중국의 추격을 기술력으로 뿌리쳤다는 평가다. 중국 기업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는 엘리베이터와 산업용 모터 부문은 분사했다.

LG전자 H&A사업부는 이렇게 양성한 모터 기술인력을 신제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시키고 있다. 역시 주요 가전기업 중에서는 유일하다. 이 수석연구원은 “세탁기부터 잔디깎이까지 제품에 따라 필요한 모터의 사양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모터 기술자 입장에서도 제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어 모터 기술 개발에 유용한 경험이 된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