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울산=정지은 기자
삼성SDI 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울산=정지은 기자
지난 16일 찾은 울산 울주군 삼남면에 있는 삼성SDI 울산사업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선 BMW에 공급할 제품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배터리 셀 하나당 2000개가 넘는 항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며 생산하고 있었다.

안전성이 중요한 전기차 배터리는 생산과정에서 아무리 바빠도 몇 번이고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게 공장 직원들의 설명이었다. 조대형 삼성SDI 울산사업장장(전무)은 “전기차 배터리 품질과 관련해선 ‘하나만 잃어도 모든 걸 잃는다’는 생각을 갖고 공장을 운영 중”이라며 “회사의 미래 수익원인 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방진복에 모자,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산라인 안으로 들어서자 첨단 설비가 수두룩했다. 총 네 개 라인에서 돌아가는 기계 수만 200개가 넘었다.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계만 돌아가는 게 아니었다. 항온, 항습 시스템부터 청정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박소영 중대형전지사업부 기술팀 부장은 “배터리 내부에 이물질이나 수분이 들어가면 성능과 안전성 측면에서 안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여러 종류의 설비 가운데 삼성SDI가 가장 최근에 설치한 것은 세정 공정에 사용하는 설비들이다. 세정 공정은 배터리 셀 외부에 묻은 이물질을 물로 세척하는 과정이다.

지난 1월 이 공정에서 사용하던 설비가 노후화돼 생산 중인 배터리에서 불량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공장 가동이 잠시 중단됐다. 이 사고는 삼성SDI가 지난 1분기에 7038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SDI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는 걸 막기 위해 지난 3월 노후화된 설비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 마그네슘 등을 분말 형태로 섞어 화합물을 제조하는 것을 시작으로 20여개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배터리 팩 하나가 나오는 데8~9일이 걸린다. 삼성SDI에선 연간 17만대의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1700만셀)를 생산 중이다. BMW, 아우디 등 유럽의 메이저 자동차 회사에 주로 공급한다.

요즘 삼성SDI 울산사업장은 공정 효율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오는 9월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플렉시블 라인’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어느 라인에서든 여러 종류 제품을 생산하도록 해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임봉석 삼성SDI 울산사업장 부사업장(상무)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5년간 3조원을 투자해 확실한 수익원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