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영향 없을 것" vs "구원투수 역할 기대 어려워질 것"

국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5년 내에 해외투자 비중을 현 20%대에서 35% 이상으로 늘리기로 함에 따라 주식, 채권 등 국내 자본시장이 받을 영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16일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기금 중기(2017∼2021) 자산배분안'을 의결했다.

자산배분안에 따르면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을 포함한 해외투자 비중은 작년 말 24.3%였지만 2021년 말에는 35% 이상으로 확대된다.

특히 작년 말 13.7%인 해외 주식투자 비중을 2021년 말 25% 내외로 늘리기로 했다.

해외 투자 비중이 늘면서 국내 투자 비중은 작년 말 75.7%에서 2021년 말 65% 이하로 축소된다.

주로 채권 투자 비중 조절을 통해 자산 재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은 작년 말 52.8%에서 2021년 말 40% 내외로 줄 예정이다.

국민연금의 내년 말 금융부문 투자금액은 608조5천억원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식 117조1천억원, 해외주식 93조6천억원, 국내채권 301조1천억원, 해외채권 24조3천억원, 대체투자 72조4천억원이 될 전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저금리 기조로 채권투자 수익률이 2% 내외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미 국민연금 자산배분에 변화가 예상됐던 만큼 국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채권을 중심으로 국내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겠지만 국민연금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투자 규모 자체는 도리어 늘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글로벌 연기금과 비교해 국민연금의 채권과 국내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던 상황"이라며 "당장 급격한 비중 조절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 역시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겉으로 보기에는 채권시장에 악재처럼 보이고 채권 수요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연금의 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절대 금액이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요 자체가 감소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 연구원은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의 감소는 이미 지난 5∼10년간 진행됐던 일이고 시장도 이를 오랫동안 인지해 왔다"며 "투자자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예전보다 덜 사는 것이 수급상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국민연금 규모 자체가 매년 커지기 때문에 전체 잔액은 늘 것"이라며 "급작스럽게 비중을 줄이는 게 아니라면 영향이 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자산배분안은 2021년 말 국내 주식 투자 비중 목표치를 20% 내외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20%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주식시장 역시 이번 배분안에 따른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18.6%(94조9천억원)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이 2010년부터 박스권에 갇히다 보니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미 국민연금의 기류 변화는 알려졌던 내용"이라며 "당장 이 때문에 수급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이미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자리잡은 만큼 운용의 묘를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무게를 더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기 자산 배분안은 국내 시장의 즉각적인 자금 유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단기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그동안 이어져 왔던 연기금의 매수 강도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약세장에서 '구원투수'로서의 국민연금 역할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용구 연구원은 "워낙 국민연금의 규모가 커서 시장이 아주 깊게 출렁일 경우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노근환 부장도 "장기적으로 시장 방향은 연기금 수급보다는 기업 펀더멘털(기초여건)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현정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