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이상 확인 땐 롯데 경영권 분쟁 종료

롯데그룹 창업자 신격호(95) 총괄회장이 정신건강 문제를 점검받기 위해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약 2주 동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입원 정신감정은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법정대리인) 지정 여부를 따지기 위한 것이다.

이번 검사를 통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문제가 드러나 후견인이 정해지면, 지난 7월 이후 10개월 넘게 이어진 롯데 경영권 분쟁은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사실상 일단락될 전망이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오후 3시께 집무실이자 거처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서 내려와 직접 걸어 로비를 건넌 뒤 차에 올라탔다.

오후 3시 30분께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병원 로비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휠체어를 탄 채 병동으로 들어갔다.

많은 취재진이 자신에게 몰려들자 당황한 표정의 신 총괄회장은 들고 있던 지팡이로 일부 기자들을 밀쳐 내기도 했다.

큰아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부인 조은주씨는 서울대병원에 먼저 도착해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입원을 지켜봤다.

신동주 전 부회장측 법률 대리인인 김수창 변호사(법무법인 양헌)는 이날 호텔 집무실을 출발하면서 "병원에 도착하면 (신격호 총괄회장이) 질문에 대답하실 것"이라며 취재를 저지했으나, 신 총괄회장은 서울대병원에서도 함구했다.

신 총괄회장은 앞으로 약 2주 정도 입원해 의료진으로부터 정신건강 상태를 진단받는다.

서울가정법원 재판부가 지난 3월 23일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개시 심판 청구' 세 번째 심리에서 결정한 구체적 입원 조건에 따르면 면회는 1주일에 두 차례에 걸쳐 각 1시간씩 허용된다.

면회가 가능한 사람은 신 총괄회장의 배우자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자녀들로 한정됐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측이 현재 법원에 "차남 신동빈 롯데회장은 소송 등의 관계상 신격호 총괄회장과 적대적"이라며 면회 금지를 요청한 상태라 신동빈 회장이 면회를 강행할 경우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측 김수창 변호사는 이 문제와 관련, "법원도 신동빈 회장의 면회 자제를 권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신 회장의 면회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롯데그룹측은 "전혀 근거 없는, 날조된 얘기"라며 "법원의 면회 조건상 신동빈 회장은 1주일에 두 차례 언제라도 아버지를 면회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간병은 현재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서 신 총괄회장을 수발하는 기존 간병인 두 명이 그대로 맡는다.

김수창 변호사는 당초 법원이 '4월 말'로 지정한 입원 완료 시점을 보름이나 넘겨 신 총괄회장이 입원한 데 대해서는 "신 총괄회장이 여전히 본인이 왜 입원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생각이고, 건강검진에 대해 많이 불편해한다"며 "마지막까지 (신 총괄회장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결국 신 총괄회장이 이 절차(입원 감정)에 동의해서 모시고 왔다"고 설명했다.

정신감정 절차가 끝나면 병원(감정인)은 의견서를 가정법원에 전달하고, 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다시 관계자들을 모아 심문을 거쳐 최종적으로 신 총괄회장에 대한 후견인(법정대리인)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이번 입원 검사를 통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법원은 후견인을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동생 신동빈 회장과 분쟁 중인 신동주 전 부회장의 "아버지가 나를 경영 후계자로 점찍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입원 사실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가족들이 성년후견인 지정을 법원에 신청한 이유는 총괄회장의 건강과 명예를 지켜드리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입원 감정을 계기로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과 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이도연 기자 shk999@yna.co.kr,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