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의존 '외다리타법' 흔들리면 日 경제는 한층 불안"

"자동차산업이 재채기하면 일본경제가 오한에 시달리게 됐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경제의 견인차인 자동차산업의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

제조업 전체의 출하액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5년에 처음 20%를 넘었다.

이 때문에 상황에 따라선 일본경제를 위태롭게 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구마모토 지진에서 자동차부품 대기업 아이신정밀기기의 공장이 피해를 보자 도요타자동차는 전국 26개 생산라인을 세운 뒤 전면 재개까지 3주일이나 걸렸다.

해외에서 부품을 긴급공수해 위기를 넘겼지만 경기 하방위험으로 작용했다.

시카노 다쓰시 미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14일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 여파로 일본 내 4월 자동차 생산 대수가 계획보다 12%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부품생산에도 영향을 미쳐 4월 광공업생산을 2% 하락시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민간 이코노미스트 사이에는 일본경제가 2분기(4∼6월)에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기 시작했다.

자동차 생산이 일본경제의 성장률을 좌우하는 배경에는 산업구조의 변화가 있다.

제일생명경제연구소 호시노 다쿠야 이코노미스트의 추산결과 작년 일본 자동차산업의 출하액수는 59조9천억엔(약 645조원)으로 제조업 전체의 20.2%나 됐다.

20% 돌파는 처음으로 일본 제조업의 자동차 의존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자동차산업은 미국과의 무역 마찰 등을 겪으면서도 최근 30년간 성장을 거듭하며 존재감을 크게 높였다.

실제 플라자합의가 있었던 1985년에 자동차가 제조업에서 차지한 출하 비중은 13.6%에 불과했다.

그 후 해외생산을 확대하면서도 출하액수를 늘려 2002년에는 PC나 반도체 등의 전기산업을 앞질렀다.

중국, 한국과의 경쟁에서 밀린 전기산업의 출하 비중은 2000년 19.8%를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자동차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일본만이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자동차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독일이나 한국은 4%대를 넘어, 2%대 중반인 일본을 웃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일본 제조업의 주역이 된 자동차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공급망이 무너지는 시련을 겪었다.

그 후 5년이 지나면서 견인력은 강해지고 있다.

요인의 하나는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13년도 자동차산업의 연구개발비는 제조업 전체의 30%다.

전자부품업체 등도 자동차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등 자동차산업의 영역은 확대일로다.

2012년 시점으로 추산한 결과 승용차 수요가 100억엔 생겼을 때의 파급효과는 296억엔으로 2005년보다 8% 증가했다.

연료전지차나 전기자동차 등의 차세대기술이 실용화되며 파급효과는 한층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경제의 자동차 의존 심화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젊은층의 수요 감소로 일본 내 판매는 축소될 전망이기 때문에 각 자동차 메이커들은 수요가 늘어날 신흥국 등지에서 직접생산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산업 하나에만 의존하는 '외다리타법'이 흔들리면 일본경제는 한층 불안정해질 것으로 닛케이는 우려했다.

일본정부는 새로운 수익원으로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이들 분야가 견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들어 자동차 의존 심화의 장래를 불안하게 하는 사태도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업계 내외의 리스크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내부 리스크는 미쓰비시자동차의 연비조작 스캔들에 따른 고용불안과 지역경제 악화이다.

외부 리스크는 엔고다.

수출산업의 기둥인 자동차산업은 환율변동에 수익이 크게 좌우되는 실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