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패턴 변화 가속…"아마존 의류매출이 美 메이시스 추월 임박"
온라인쇼핑 '대세'…한국 소매판매액 중 백화점 비중 7%대로 하락


전통 소매업을 대표하는 백화점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1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간판급 백화점 메이시스는 지난주 참담한 1분기 성적표를 공개했다.

어제오늘의 부진은 아니지만 시장의 실망은 주가급락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동종업체인 노드스트롬, 콜스의 실적 역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미래가 어둡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지난 몇 년간 미국 백화점이 수백 개의 점포를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했는데도 10년 전의 생산성을 회복하려면 800개가량 더 문을 닫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1.4% 증가해 1년여 만에 최대폭 반등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반등을 이끈 것은 자동차 판매와 온라인 쇼핑이었다.

세계 경기둔화 속에 백화점은 자라나 H&M 등 저가 패스트패션 업체에 치이고 온라인 쇼핑에 고객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1분기에 깜짝 실적을 올린 것은 메이시스와 대조를 이뤘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찾아보고는 실제 구매는 온라인 등 다른 유통채널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하는 이른바 '쇼루밍(showrooming)'이 성행하면서 백화점은 '쇼룸'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한국에서도 백화점 매출은 다른 유통업태에 비해 초라해지고 있다.

◇ 美 최대백화점 메이시스 금융위기 이후 최악 실적…아마존에 추월?
16일 각 백화점 공시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소비대국 미국의 백화점 실적은 올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최대 백화점 메이시스의 올해 4월 말 끝난 1분기 매출액은 57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감소했다.

이 회사는 지난 1년간 폐점하거나 새로 문을 연 매장을 제외한 점포 판매액(동일 점포 판매액)은 5.6%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5개 분기 연속 감소세이자 2009년 2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억7천600만달러, 순이익은 1억1천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5%, 40.4% 급감했다.

메이시스는 작년에 41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테리 룬드그렌 메이시스 최고경영자(CEO)는 "의류와 관계된 부문에서 고객들의 소비가 예상과 달리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면서 "우리 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우리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시스에 이어 콜스과 노드스트롬, JC페니 등 미국 대형 백화점 체인의 실적은 모두 처참했다.

콜스의 1분기 매출액은 39억7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해 소폭 증가를 내다봤던 시장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동일 점포 판매액은 3.9% 줄며 시장예상치(0.7% 증가)를 하회했고, 순이익은 1천700만달러로 87% 급감했다.

미국의 고급 백화점 체인인 노드스트롬의 1분기 순이익은 4천6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1억2천800만달러에 비해 64% 급감했고, 동일 점포 판매액은 1.71% 감소했다.

JC페니의 동일 점포 판매액은 0.4% 감소했다.

미국의 최고급 백화점 체인인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소유주인 캐나다 백화점 체인 허드슨 베이도 1분기 삭스의 동일 점포 매출액이 5.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푸남 고얄 블룸버그 소매애널리스트는 "이건 완전 피바다"라면서 "소비자들이 쇼핑하는데 구조적인 변화가 생기면서 이번 분기에 모든 게 확 뒤집혔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의 처참한 실적의 배경에는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과 자라나 H&M 등 저가 패스트패션 업체의 부상이 있다.

소비자들이 점차 온라인 쇼핑으로 이동하고 있는데다 패스트 패션으로 유행이 빠르게 바뀌면서 저가 브랜드나 할인제품이 넘쳐나고 있어 백화점이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존 커난 코원앤코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사이트인 아마존이 내년에 메이시스를 권좌에서 밀어내고, 미국 최대 의류 소매판매업체로 등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마존은 1분기 매출이 28% 늘어난 291억달러에 달했고 순이익은 역대 최대인 5억1천300만달러를 기록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성장한 영향이 컸지만' 총알배송'도 고객을 끄는 데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됐다.

◇ 한국 소매판매 중 백화점 비중 7%대로 추락…온라인쇼핑은 16%

소비대국 미국에서 벌어지는 백화점의 몰락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소매판매액 가운데 백화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8.4%에서 2014년 8.1%에 이어 지난해에는 7.8%로 떨어지며 2년 연속 하락했다.

올해 1분기 전체 소매판매액 91조3천515억원 중 백화점 판매액은 7조2천948억원에 그치며 비중이 8%를 넘지 못했다.

계절적 차이가 있긴 하지만 분기 기준으로는 2013년 4분기 9.3%에서 작년 4분기 8.5%로 떨어진 뒤 올해 1분기 7.9%에 그쳤다.

이에 반해 1분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5조1천2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8% 폭증했다.

전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16.5%에 달해 백화점 판매액의 2배를 넘어섰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의 소매판매액은 연평균 3.1%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 채널 소매판매액은 연평균 9.3% 성장해 성장률이 오프라인 채널 대비 3배 수준에 달했다.

특히 백화점의 고객 감소는 가파르다.

2008∼2010년 백화점의 구매 건수는 연평균 4% 안팎으로 늘어났지만, 2014년 이후에는 연평균 0.2% 안팎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 업계는 식품 매장을 강화하는 형태로 고객 유인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매그놀리아와 사라베스, 이탈리 등 150개 브랜드를 모은 축구장 2배 규모의 국내 최대 식품관을 보유한 판교점을 작년 8월 개장했고, 롯데백화점은 작년 연말 본점 디저트 매장에 위고에빅토르와 베이크를 들여 새단장했다.

반면에 패스트패션 업체들의 약진은 전 세계적으로 눈부시다.

H&M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1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9% 증가했다고 밝혔다.

H&M은 2015∼2016년에 걸친 이번 회계연도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 헝가리, 인도 등에 전 세계 매장을 425개 늘릴 예정이며 4월에 인도 뉴델리에 4천 번째 매장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10년 이후 전 세계 매장 수를 2배로 늘렸다.

자라를 보유한 세계 최대 의류유통업체 인디텍스의 지난 2월 시작된 2016회계연도 첫 5주간 매출액은 봄 컬렉션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전년동기 대비 15% 늘었다.

이는 시장예상치 12% 증가를 크게 웃도는 성과다.

이 회사의 2015 회계연도의 순이익은 28억8천만 유로에 달했다.

자라는 작년에 56개국 시장에 330여개의 매장을 열었다.

하와이에까지 매장을 열면서 자라의 전 세계 매장 수는 7천개를 넘어섰다.

이 회사는 온라인 쇼핑 판매가 늘어남에 따라 온라인 매장에 중점을 두면서 앞으로 신규매장 개장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자라의 주식은 전 세계 의류부문 주식 중 가장 고평가돼 있다.

자라의 12개월 선행 이익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8.3배로, 21.7배인 H&M을 훌쩍 뛰어넘는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