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중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다.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인한 성장 정체를 돌파하려는 전략이라고 업계와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56억달러에 이르는 현금(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 충분한 실탄을 감안할 때 어떤 신규 사업에 진출할지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을 끌던 터다.
'차이나쇼크' 애플, 중국판 우버사업 뛰어든다
○2년 만에 대규모 투자 단행

애플은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13일 발표했다. 10억달러 이상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2014년 스트리밍 음악 회사인 비츠일렉트로닉스 이후 2년 만이다. 그동안 애플은 자사 제품과 관련성이 큰 정보기술(IT)업체의 경영권을 인수했지만 이번엔 새로운 사업 분야의 소수지분에 투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차량공유 서비스업체인 디디추싱은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2월 60억달러이던 기업가치가 1년여 만에 약 4배에 달하는 250억달러로 급등했다. 향후 수익전망을 높이 평가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다.

애플의 가세로 중국 내 차량공유 서비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디디추싱은 하루평균 1100만건의 이용횟수를 기록 중이며 중국 400개 도시에 3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87%로 13%인 우버를 멀찌감치 앞서고 있다.

60억달러 현금을 보유한 우버는 중국에 매년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며 디디추싱에 선전포고를 했다. 서비스 지역도 45개 도시에서 올해 말까지 100개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디디추싱으로서는 애플이라는 전략적 투자자를 끌어들이면서 우버의 이런 공세에 맞설 실탄도 확보하게 된 셈이다. 10억달러는 디디추싱이 지금까지 받은 단일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무인자동차 사업 일환 해석도

WSJ는 이번 투자가 리우칭 디디추싱 사장이 지난달 20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면담한 뒤 수주 만에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고 전했다.

올 1분기 애플은 2002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매출이 감소하면서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12일(현지시간) 애플 주가도 2% 하락하면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에 뺏겼다. 애플 주가는 올 들어 14% 급락하면서 2014년 6월 이후 2년래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한때 7000억달러를 웃돌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948억달러로 주저앉았다.

업계는 애플이 디디추싱 투자로 애플페이 등 모바일 결제 서비스 시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침체에 따른 아이폰의 판매 감소를 돌파할 수 있는 카드를 확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쿡 CEO도 “디디추싱은 중국 내 애플 운영체제(iOS)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은 가능성을 언급했다.

WSJ는 쿡 CEO가 애플을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회사가 아니라 서비스회사로 묘사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투자는 아이폰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시도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경영전문잡지 포천은 애플의 차세대 제품이 무인자동차가 될 것이라는 관측 속에 잠재적 경쟁자인 우버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