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 7200억 절감 목표"
현대상선은 3년 반 동안 용선료(배 빌리는 비용) 약 7200억원을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외국 선주들과 막판 줄다리기 협상을 하고 있다. 협상의 성패는 다나오스, 나비오스, CCC, 조디악, EPS 등 5곳 컨테이너선 선주에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정부와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 협상을 하고 있는 22곳 선주 중 일부와 이미 협상을 마쳤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벌이고 있는 용선료 인하 협상의 1차 결과가 20일께 나올 것”이라며 “최종 용선료 인하 금액은 6월 말께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목표로 하는 용선료 인하 폭은 앞으로 3년6개월 동안 7200억원가량을 낮추는 것으로 총 용선료 부담의 30%에 해당한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에 성공해야 채권단과 사채권자의 지원을 받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다.

용선료 협상 대상자는 현대상선이 컨테이너선을 빌린 대형 선주 5곳과 벌크선을 빌린 선주 17곳이다. 용선료 인하의 성패는 용선금액의 60~70%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컨테이너선 선주 5곳에 달렸다는 게 해운업계의 관측이다. 그리스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다나오스를 비롯해 나비오스, CCC 등 그리스계 선주와 영국계 조디악, 조디악 출신이 세운 싱가포르계 EPS 등이다.

현대상선이 가장 많은 용선료를 지급하고 있는 곳은 다나오스다. 이 회사는 1만3082TEU급(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5척과 2174TEU급 8척 등 총 13척을 현대상선에 빌려주고 있다. 현대상선에 벌크선을 빌려준 곳은 스미토모상사와 일본계 은행 계열사, 국내외 선박펀드 등이다. 현대상선은 선주들에게 용선료를 낮추는 대신 용선기간을 연장하거나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해 이익을 공유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우리은행 농협 등 현대상선 채권단은 7600억원가량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채권단은 협약채권의 50~60%를 출자전환하고, 원금에 대한 이자를 낮춰주는 내용의 채무재조정 안건을 다음주 채권단협의회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 방안은 해외 선주가 용선료 인하에 동의하고, 사채권자도 채무재조정에 동의해야만 실행된다.

한진해운도 법률 자문사로 영국계 프레시필즈를 선정하고 용선료 협상에 나섰다. 다나오스, 나비오스, 조디악 등은 한진해운에도 배를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