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라 워커힐 등 여덟 개 면세점업체들이 국산 제품 가격을 달러로 표시할 때 적용하는 환율(적용환율)을 담합해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적용환율을 담합한 롯데면세점(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디에프글로벌 롯데디에프리테일) 네 곳과 신라면세점(호텔신라), 워커힐면세점(SK네트웍스), 동화면세점, 한국관광공사 등 여덟 개 면세점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11일 발표했다.

본지 4월6일자 A1, 3면 참조

면세점업체는 화장품 홍삼 등 국산 제품을 원화로 사서 달러로 표시해 판매한다. 적용환율이 외환은행이 매일 고시하는 시장환율보다 낮으면 면세점업체는 이익을 본다. 면세점업체가 10만원짜리 국산 제품을 공항 출국장 면세점에서 판매할 때 시장환율이 달러당 1000원이면 표시 가격은 100달러로 하는 게 정상이다. 만약 면세점업체가 적용환율을 달러당 900원으로 하면 표시가격은 111달러가 되고 면세점은 11달러의 부당 이익을 얻는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2007년 1월 적용환율 담합을 시작했다. 2008년 5월부터는 워커힐과 동화면세점이, 2009년 2월엔 한국관광공사가 참여했다.

면세점업체들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매일 제품 가격표를 바꿔 달아야 해 편의상 업계에서 환율을 정해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또 환율 변화에 따라 환차손·환차익이 모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총 담합 기간 63개월의 60.3%인 38개월 동안 적용환율이 평균 시장환율보다 낮아 면세점업체들은 환차익을 냈지만 나머지 25개월(39.7%)은 환차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담합 사실은 인정되지만 할인 행사를 통해 달러 표시 가격대로 판매하지 않은 때가 많아 부당이익이 컸다고 볼 수 없다”며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고 시정명령만 내렸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