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롯데마트의 전략은 ‘현지화’였다. 제품 구성과 가격 측면에서 소비자가 외국계 마트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철저하게 중국인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9일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롯데마트 주션차오점에 들어서니 한국에 있는 롯데마트 매장에 왔다는 착각이 들었다. 1층 매장 왼쪽에 새우깡 맛동산 양파링 등 한국 식품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는 수입식품코너가 눈길을 끌었다. 매장 안쪽 오른쪽에 ‘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로 입점해 있는 다이소에는 한국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아용품과 주방용품이 진열대를 채우고 있었다. 박세호 롯데마트 베이징법인장은 “급변하는 중국 소매유통 시장에서 한국 제품으로 차별화하겠다는 것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유통업체의 최근 달라진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베이징에 있는 롯데마트 주션차오점에서 김과 과자 등 한국산 제품을 고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중국 소비자들이 베이징에 있는 롯데마트 주션차오점에서 김과 과자 등 한국산 제품을 고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中중산층 급성장에 한국 제품 비중 확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9%로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소매판매는 10.7% 증가했다. 중국 소비시장의 이 같은 고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 내수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유통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롯데마트는 2008년 산둥성 칭다오에 1호점을 낸 뒤 현지 유통업체 인수합병(M&A)과 신규 출점을 통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박 법인장은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중시했는데 2014년부터 품질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며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질 좋은 제품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슬로건도 ‘건강과 안심’으로 바꿨다.

품질 경쟁력 제고를 위해 롯데마트가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한국 상품 비중을 확대한 것이다. 그동안 중국 대리상을 통해 들여오던 한국 제품을 작년 처음으로 직수입하기 시작했다.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50개 제품을 시범적으로 직수입했다. 올해 500개로 늘린 뒤 내년에는 100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또 올해부터 한국 중소기업과 제휴해 기저귀, 주방용품, 욕실용품, 유아용품 등을 자체브랜드(PB) 상품 형태로 중국 전 매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한국 제품 직수입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롯데마트는 베이징에 있는 물류 창고를 조만간 두 배 규모로 확장할 예정이다. 박 법인장은 “K뷰티(화장품) 열풍 덕분에 한국 제품은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중국에 퍼졌다”며 “롯데마트와 국내 제조업체가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K몰은 다음달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티몰에 ‘AK몰 전용관’을 개설해 한국 상품 판매에 나선다. AK백화점 상품을 위주로 판매해 월 1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휴롬 원액기 대박’ 일등공신 CJ오쇼핑

CJ오쇼핑이 상하이미디어그룹 산하 동방명주와 합작으로 설립한 홈쇼핑채널 동방CJ는 중국에 제대로 된 홈쇼핑 채널을 탄생시킨 주역이다. 2004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중국 소비자들이 폭발적인 호응을 보이자 중국 정부는 2009년 동방CJ에 중국 1호 홈쇼핑 라이선스를 줬다. 동방CJ의 연간 취급액은 80억위안(약 1조4000억원·2015년 기준)으로 2위 홈쇼핑 사업자의 두 배에 달한다.

동방CJ는 락앤락, 휴롬 등 한국 중소기업 제품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휴롬 원액기는 지난해 동방CJ를 통해 약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방CJ 역시 최근 한국산 제품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동방CJ에 한국 제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CJ IMC는 2014년까지는 국내 제조업체와 동방CJ를 연결해주는 ‘단순 대행’ 역할만 했다. 지난해부터는 사전에 모든 제품을 매입함으로써 한국 제조업체의 부담을 줄여줬고, 동방CJ 이외의 중국 홈쇼핑 채널에도 한국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CJ오쇼핑은 한국 제품의 중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월 글로벌 상품개발팀을 신설했다. 유상인 CJ IMC 중국법인 부대표는 “동방CJ를 ‘K브랜드’의 허브로 키워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베이징·상하이=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