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대우조선 지원 논란] "수주절벽 온다" 경고 많았지만, 정부·산은만 귓등으로 흘렸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 10월 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4조2000억원(한도)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유동성 위기의 숨통을 틔워주면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2조937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대우조선은 1분기에도 적자를 봤고, 올 들어 단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세금 지원을 받아 연명하는 대우조선 때문에 조선업 전체가 저가 수주 경쟁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처럼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정부는 6개월 만에 대우조선에 대한 자구계획을 다시 세우기로 했다. 기존 회생계획과 이를 바탕으로 한 유동성 지원 방안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는 비판이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작년 10월 무슨 일이…

['부실' 대우조선 지원 논란] "수주절벽 온다" 경고 많았지만, 정부·산은만 귓등으로 흘렸다
대우조선 부실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해 6월이다. 취임 한 달 된 정성립 사장이 “2013~2014년에 숨겨진 부실이 있었다”고 고백하면서다. 결국 지난해 상반기 대우조선은 3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나섰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7월21일 삼정회계법인을 통해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를 벌였다. 대우조선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보내야 하는지, 아니면 추가 자금을 지원해 살려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3개월간 진행한 실사 결과는 ‘살리는 게 낫다’였다. 산업은행은 이 결과를 토대로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정부에 보고했다. 산업은행 보고가 있은 직후인 지난해 10월22일 정부는 청와대 서별관회의(경제금융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엔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홍기택 당시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선 격론 끝에 “대우조선 노동조합이 회사 정상화 때까지 임금을 동결하는 데 동의하면 4조2000억원을 지원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10월26일 대우조선 노조가 ‘임금 동결 동의서’를 제출하자 산업은행은 10월29일 4조2000억원의 자금 지원 등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후 신규 대출과 유상증자를 통해 3조2000억원을 대우조선에 투입했다. 1조원은 투입 대기 중이다.

대우조선 지원 결정 이유는

정부와 산업은행에 따르면 대우조선 지원이 결정된 것은 올해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올해 100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대우조선이 직영 인력 1만3000명을 포함해 4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동남권 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여기다 수출입은행 부실 우려도 감안해야 했다.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선박 건조계약 해지에 따라 최대 8조원에 달하는 선수금환급보증(RG)을 선주사에 물어줘야 할 상황이었다. 수출입은행의 총자본이 지난해 말 기준 11조25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부분 자본잠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정부·산업은행만 몰랐던 ‘수주절벽’

그러나 당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올 들어 지난 4개월간 대우조선의 수주액은 1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마저도 자회사에서 가져온 물량으로, 실제 수주는 한 건도 없다. 대우조선은 지난 1분기에도 2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 4일 언론사 금융·경제부장 간담회에서 “대우조선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질 것을 생각하지 못해서 자구계획을 다시 수립한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정부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 화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부터 선박의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고, 선주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2016~2017년 발주할 물량을 2015년에 몰아서 집행했다”며 “이는 이미 알려진 변수였기 때문에 올해의 ‘수주가뭄’은 예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주절벽’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는 국제 유가 하락 및 물동량 감소 등도 지난해부터 이미 알려진 악재였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