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도크(선박 건조시설) 일부를 가동하지 않기로 했다. ‘수주절벽’ 때문에 ‘도크가 빌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현대중공업은 9일 “수주 부진에 대비하기 위해 도크별 효율성 검토에 들어갔다”며 “수주 부진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비해 선박 건조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도크부터 순차적으로 잠정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는 기본 방침을 정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사에서 도크는 다른 제조업의 생산라인과 비슷하다. 일감 부족 때문에 도크 가동을 중단하는 일은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처음이다.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지난 3월22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수주잔량이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도크가 빈다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우려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은 보유 도크 전체를 가동해야 할 정도의 일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감 부족 현상이 계속돼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라며 “도크별 생산성을 점검해 생산성이 낮은 일부 도크를 가동하지 않음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동 도크 숫자를 줄이면 일감이 줄어드는 속도를 늦추는 효과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모두 11개의 도크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및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를 포함한 보유 도크 수는 18개다.

현대중공업은 이날부터 오는 15일까지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직원에게는 40개월치의 기본급과 자녀학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전체 부서(391개)의 22%인 86개 부서를 다른 부서와 합치거나 없애는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 회사 외부에 보유하고 있는 상가와 휴양시설 등 비핵심자산도 매각하고 있다.

다른 조선사와 마찬가지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주절벽은 심각한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이 올 들어 수주한 선박은 여섯 척이 전부다. 수주금액은 5억5900만달러(약 65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0% 줄었다. 4개월이 지났지만 올해 초 목표로 세웠던 연간 수주액의 3%밖에 채우지 못했다. 수주잔액은 1년 만에 20%가량 줄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