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호텔도 매출 위축 우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식비와 선물비용, 경조사비 상한액을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정하면서 축산업계와 화훼농가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5만원 이상 고가 선물 수요가 많은 백화점 업계와 1인당 식사 비용이 3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호텔 업계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명절 단골 선물인 한우 생산자들은 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김영란법' 시행령에 거세게 반발했다.

황엽 전국한우협회 전무는 "한우는 명절이 최대 성수기인데다가 선물 가격이 보통 20∼30만원대여서 선물 상한액을 5만원으로 정해버리면 한우는 팔지 말고 수입 고기만 선물하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정부패 때문에 선물을 제한하려다가 농민 권익을 다 죽이게 생겼다"며 "국내 농축수산물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령이 경조사비를 10만원으로 제한하면서 화훼 농가와 업계도 비상이다.

국내에서 꽃은 80% 이상이 경조사용으로 쓰이고 사회 분위기에 민감해 관련 규제가 소비 부진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2011년 2월부터 공무원의 명절과 승진·전보 때 3만원 이상 축하 화환과 화분 등을 규제하면서 국내 화훼 업계가 타격을 받았다.

임영호 한국화훼협회장은 "거래되는 화환 가격은 10만원 이상이 대부분"라며 "화훼인들은 김영란법에서 꽃을 제외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그게 법으로 안 된다면 상한액을 높여 10∼20만원 선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환이 10만원이면 화분값, 개발료, 중간상인 유통 마진 등을 빼면 남는 게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김영란법 때문에 화훼인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모든 화훼인과 그 가족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가 선물 수요가 많은 백화점도 매출에 타격이 예상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명절 선물세트 매출 1∼3등 상품이 정육, 건강, 청과인데 5만원 이하 제품은 전무하다"며 "현물 선물 시장이 많이 위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고가 선물 수요가 많은 백화점으로선 매출 위축이 우려된다"며 "선물에는 상품권도 포함되는데, 금액이 5만원으로 제한되는 만큼 상품권 시장에도 부정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식업계의 경우 1인당 비용이 3만원이 넘는 호텔 등 고가 식당의 타격이 예상된다.

호텔 관계자는 "호텔의 경우 3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식사는 없는데 아무래도 영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호텔 관계자는 "호텔에서 공직자가 식사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공직자가 점점 식사 접대를 안 하게 되면 사회 풍토가 일반 기업들도 안 하게 될 것 같다"며 "공직자 뿐 아니라 일반 대관업무 하는 사람들도 호텔을 이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외식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는 객단가(1인당 비용)가 3만원이 넘는 경우가 드물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1인분에 3∼4만원이 넘는 여의도 일대 고깃집 등 고가 식당은 타격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김아람 이도연 기자 gatsby@yna.co.kr, rice@yna.co.kr,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