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자본확충 TF 첫 회의] 삼성중공업, 환란 이후 첫 감원 나선다
삼성중공업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인력을 감축한다.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조만간 희망퇴직을 포함한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4일 말했다. 인력 구조조정은 시한을 정해 놓고 희망퇴직을 받고, 감축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권고사직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삼성중공업은 이제껏 ‘인위적으로 인력을 줄이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같은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계에 어려움이 닥친 이후에도 인력을 줄이지 않았다. 이 회사의 고용인력은 2013년 말 1만3546명에서 2014년 말 1만3788명, 지난해 말에는 1만3974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연간 500여명이 상시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났지만 신규 채용한 인력이 있다 보니 전체 인력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이 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수주 절벽’이 계속되면서 일감이 눈에 띄게 줄고 있어서다.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아직까지는 앞서 수주한 물량이 남아 있지만, 하반기 이후에는 일감 부족으로 일부 도크(선박 건조시설)가 빌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14년부터 시행한 상시 희망퇴직의 성과가 기대 이하라는 점도 별도 인력 감축을 추진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삼성중공업은 이르면 다음주 이 같은 인력 감축 방안을 골자로 한 자구계획을 산업은행에 제출할 예정이다. 자구계획에는 인력감축안 외 수주 계획과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포함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는 조선사 생산능력 축소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인력 감축 등을 포함한 자구계획을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노동조합에 오는 9~15일 사무직 및 연구직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40개월치 임금을 일시에 지급하고, 정년까지 근무했을 때를 기준으로 자녀 학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진행 중인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판단하는 재무 건전성 조사)가 끝나기 전에 추가 인력감축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대우조선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그 이후 자구계획을 세우겠다고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하지만 일감 부족 현상이 예상보다 심각해짐에 따라 최대한 빨리 인력 구조조정을 하기로 결정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