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불황이 영·호남 은행 실적 갈랐다
영남권에 편중된 조선·해운업종 불황 여파로 BNK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의 올 1분기 실적이 작년 동기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의 실적이 취약 업종 기업 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악화된 탓이다. 이와 달리 주로 호남권이 영업 기반인 JB금융지주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GB금융은 1분기(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10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 감소했다. 같은 날 BNK금융은 1분기 순이익이 159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고 발표했다.

BNK 금융에선 BNK캐피탈이 전년 동기보다 36.8% 늘어난 15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비(非)은행 계열사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주력 자회사인 부산은행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1066억원에서 올 1분기엔 892억원으로, 경남은행은 820억원에서 767억원으로 감소했다.

DBG금융 역시 주력 자회사인 대구은행의 1분기 순이익이 8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부진 여파로 대구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2.79%로 0.74%포인트 하락한 반면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8%로 작년 동기보다 0.17%포인트 상승했다.

영남권 금융그룹의 실적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이유는 주력 자회사인 은행이 조선·해운 등 취약 업종 관련 여신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달 말 기준 국내 11개 시중은행(특수은행 제외)·지방은행의 여신에서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5대 취약 업종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집계한 결과 부산은행이 19.6%로 가장 높았고 경남은행(17.5%) 대구은행(13.2%) 등이 뒤를 이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은행들은 추가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이 때문에 강화되는 은행 자본규제에 BIS 자기자본비율을 충분히 맞추는 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박영봉 BNK금융 전략재무본부장은 “부산·경남은행은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며 “올해 초 4725억원의 유상증자를 하는 등 자본을 확충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권 금융그룹과 달리 취약 업종 여신 비중이 낮은 JB금융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158.8% 늘어난 5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JB금융 자회사인 광주은행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822.1% 증가한 28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엔 경남기업 법정관리 여파로 실적이 극히 저조했다.

전북은행도 전년 동기 대비 22.9% 증가한 17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 밖에 여신전문회사인 JB우리캐피탈은 전년 대비 93.4% 증가한 19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룹 순이익의 약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