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적 보고서 쓰지 마라"…중국, 민간 경제전문가 비판에 '재갈'
중국 국유 증권사인 궈타이쥔안증권의 린케이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회사 규율부에서 경고를 받았다. 중국 경제와 관련해 비관적인 언급을 피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증권감독 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지난해 그는 기업 부채 증가와 주택 공급 과잉, 위안화 약세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중국의 꺼져가는 성장 엔진이 다시 불붙으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 규제당국이 중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전문가에게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싱크탱크들도 국가 선전당국으로부터 중국 국영기업 부채 감소를 위한 정부 프로그램에 의혹을 제기하지 말 것을 지시받았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정치, 사회 분야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제재해왔지만, 경제 분야에는 비교적 관대했다. 자유로운 정보 이동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중국 주식시장이 휘청거리고 외환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자 중국 경제에 대한 비판적 의견까지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WSJ는 분석했다.

올초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국영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CCTV 등 주요 언론 매체를 방문해 “중국 경제에 대해 좋은 내용만 보도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WSJ가 소개했다. 해당 매체 소속 기자들은 당시 정부 측이 중국 경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내용을 생산해내라며 압박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압박에 중국 투자회사 에센스시큐리티의 가오산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자신의 의견을 수정해 비판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은 보고서를 내놨다. 그는 또 지난달 투자자 설명회에서 “중국 정부의 통계는 믿을 수 없다”며 “중국 경제는 큰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으나 이틀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발언이 거짓이라고 밝혔다.

WSJ는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통계와 발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간 전문가마저 정부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만 내면 중국 경기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