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먼 대표 "2~3년 지나야 저성장 벗어날 듯…금융위기 위험은 낮아"
"한은 발권력 이용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신중해야"


글로벌 금융사인 HSBC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로 2.2%를 제시하고, 올해 2분기 중 한국은행이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HSBC 아태지역 리서치센터 공동 대표인 프레드릭 뉴먼은 3일 서울 HSBC 본사에서 열린 2016년 한국경제 전망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전망했다.

뉴먼 대표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의 성장 둔화가 이어져 수출 전망이 낮아졌기 때문에 한국의 GDP 성장률은 올해 2.2%, 내년 2.4% 정도가 되리라 본다"며 "외부 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가계의 부채상환을 돕고 경기부양 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금리를 0.25%포인트 더 인하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경제 성장 국면은 어느 정도 유지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한국의 금융 펀더멘털은 견실하므로 즉각적인 금융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먼 대표는 우선 유럽과 미국의 성장세가 미약하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무역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우 GDP의 22%를 차지하는 건설업이 소폭 반등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중소도시의 주택 재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우리라 봤다.

뉴먼 대표는 "중국 GDP 성장률은 최상의 경우 6.5~7.0% 사이 정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2~3년이 지나야 상대적인 저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려하는 것처럼 금융 측면에서 위험도가 크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최근 아시아에서 GDP에 대비한 대출의 비율이 소폭 떨어지면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뉴먼 대표는 분석했다.

우선 1990년대 중반에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매우 빠르게 인상했지만, 지금은 미국과 유럽 등 어느 곳에서도 적극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1997년 당시에는 차입금을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왔지만, 이제는 아시아 내에도 저축 잉여분이 많아 자체적으로 조달할 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뉴먼 대표는 한국의 경우에도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으며, 그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어 금융 차원에서의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한편, 뉴먼 대표는 최근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한국형 양적완화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 추진하는 기존 개념의 양적완화에 비춰 양이 많지 않다"며 "통화정책이라기보다 재정정책에 가까워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 완화의 필요성과 명분은 있지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조합하는 것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국 경제가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은 성장이 예상되는 레저, 엔터테인먼트 등 산업에 진출하고 첨단기술로 경쟁력을 키워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