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의사 결정의 핵심 ‘휴리스틱’… 특정 정보만 선택적으로 활용

소비자는 결코 이성적이지 않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에릭 앤더슨 교수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던컨 시메스터 교수는 카탈로그를 활용한 실험을 통해 34달러짜리 여성 의류의 가격을 39달러로 인상했더니 판매량이 33% 증가했고 34달러에서 44달러로 가격을 인상했을 때는 판매량에 변화가 없다는 재미있는 결과를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는 일견 논리적으로 보이는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 결정이 실제로는 다양한 주관적인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인간이 항상 가용한 모든 정보를 활용해 논리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지는 않는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고 이러한 주장을 개념화한 단어가 ‘휴리스틱(heuristic)’이다.

‘찾다’, ‘발견하다’라는 그리스어에서 기원한 휴리스틱은 정보의 일부분을 무의식적으로 혹은 고의적으로 무시하는 효율적인 인지 프로세스를 지칭한다. 선택의 기로에 선 인간이 내리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한 개념이다.

소비자의 구매 의사 결정에도 휴리스틱이 작용할 것이다. 자신의 유한 자원인 시간과 관심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 경험과 습관 등에 기반 해 의사 결정 고려 변수 중 일부만 사용해 구매 의사 결정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새로운 혼란에 빠진 소비자들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열람 가능한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과거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과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또한 과거에 비해 특정 카테고리 내의 선택 가능한 제품의 종류도 대폭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이 고려해야 하는 구매 옵션의 종류가 많아진 반면 각 제품 차별화의 간격은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 의사 결정 관련 환경에 발생한 근본적인 변화는 소비자의 구매 휴리스틱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한편 어떤 정보를 어디까지 열람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적절한지, 다양한 정보의 소스들 중에서 어떤 소스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지 등과 관련해 과거에 경험한 적이 없는 새로운 혼란에 노출돼 있다. 소비자들은 구매 결정에서 어떠한 휴리스틱을 사용하고 있을까.

첫째, 소비자들은 이미지를 통해 장점의 포장을 극대화하는 커뮤니케이션 슬로건보다 제품들이 은연중 드러내는 ‘진실의 증거들’에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상업광고의 추세는 제품을 소유했을 때 보여주는 이미지보다 객관성이 담보되는 정보를 강조하고 있고 가치 판단이 들어간 문구나 슬로건 등을 제시하기보다 제품의 역사나 제품의 성분·제품의 탄생 지역·가격·효용 등 소비자가 속을 염려가 없다고 판단하는 증거들을 객관적으로 제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최종 판단을 넘기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애플과 유니클로는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이들의 TV 광고는 오래전부터 드라마화된 설정이나 광고 카피 대신 실제 제품의 활용 장면이나 착용 장면, 가격 등만 제시한다.

소비자들에게 객관화된 정보만 제공하고 선택은 소비자에게 넘기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둘째,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따르려는 경향을 보인다.

마크 얼스는 그의 저서 ‘허드(Herd)’에서 “인간은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 달리 스스로 판단해 주체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기보다 무의식적으로 타인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 존재다. 너무나 사회적인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을 위해서는 마케팅 방법론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세스 고딘은 그의 저서 ‘트라이브(Tribes)’에서 “트라이브, 즉 집단이란 규모에 상관없이 서로 연결된 사람들의 모임을 지칭하며 사람들은 굉장히 오랫동안 이러한 집단에 속하길 추구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의 확산은 이러한 집단을 다양한 규모로 쉽게 형성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부상하는 인플루엔서(Influencer) 마케팅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 과거의 셀러브리티 마케팅이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을 제품 광고 등에 등장시켜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실제 특정 브랜드의 적극적인 이용자들이나 옹호자들을 중심으로 소셜 미디어 등을 활용한 마케팅을 실시한다는 점이 다르다.

◆구매에 제한이 있을 경우 더 큰 가치 느껴

셋째, 수량·시간·장소 등에 따라 구매에 제한이 있으면 특정 제품 및 서비스에 더 큰 가치를 느끼게 되며 이는 구매를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가장 보편적인 구매 제한 요소는 시간과 수량의 압박이다.

샤오미는 제품 공급량을 제한하는 소위 ‘헝거 마케팅’을 통해 큰 성공을 거뒀다. 자사가 마음껏 통제할 수 있는 샤오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제품 론칭 시 공급 수량과 판매 시간을 인위적으로 제한, ‘몇 초 만에 매진’ 등의 입소문을 쉽게 만들어 내고 있고 이는 소비자의 관심 증대 및 구매 의사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시간과 함께 장소에 제약을 두기도 한다. 최근 종종 목격할 수 있는 임시 매장, 즉 팝업 스토어(Pop-up Store)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둔다는 점에서 온라인에서의 구매 제한 요소를 오프라인에 반영한 좋은 사례다.

팝업 스토어의 목적은 업체별로 상이하다. 실제 판매를 목적으로 하기도 하고 신제품을 소개하거나 제품 및 서비스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는 시간적인 제약과 ‘그곳’밖에 없다는 장소의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고객들이 구매 의사 결정을 하는 데 품질·가격·디자인·사후관리(AS) 등 기존의 요소들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넘쳐나는 제품 및 서비스와 함께 과잉 유통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구매에 대한 자신감을 점점 상실하고 있고 구매를 완료한 이후에도 자신의 선택에 대해 지속적으로 도전을 받는 환경에 처해 있다.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대신 진실의 증거를 찾으려는 경향, 이미 신뢰감을 갖고 있는 지인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려는 경향, 시간·공간·수량 등 자원의 한정성이 부여된 상품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경향 등 몇 가지의 힌트들이 구매 의사 결정을 하는 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 허지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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