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산 개발 등에 거액 투입…전년보다 8천200억 오히려 늘어
광물公 2천400억 빌려주고 고작 29억 회수…"해외자산 매각 추진"


한국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 등 3대 자원개발 에너지 공공기관이 해외 자원 개발 등의 명목으로 국내외 법인 및 자회사에 빌려준 대여금이 7조7천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자원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빌려준 천문학적인 규모의 대여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여금은 감사보고서 등 회계자료상 빌려주고 아직 회수하지 못한 금액 누적분이다.

쉽게 말해 '받아야 할 돈'을 나타낸다.

그러나 자원 개발 사업이 경기 침체 등 영향으로 부진에 빠지면서 해외 법인 등의 부채 상환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관 측의 회수 대여금은 빌려준 돈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광물공사는 지난해 2천400억원 가량 빌려줬으나 회수한 대여금은 30억원에도 못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3대 에너지 공공기관의 지난해 총 대여금은 전년 보다 8천2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에너지 공공기관이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가운데 수익성이 떨어진 해외 자원 개발에 무리한 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적자 늪에 빠진 자원 개발 사업 = 3일 3대 에너지 공공기관의 별도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기관이 지분 투자한 해외 법인 등 특수관계자에 지급한 대여금은 지난해 기준 총 7조7천5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6조9천336억원과 비교해 약 11.9% 늘어난 것이다.

작년 기관별 대여금을 보면 가스공사 4조4천49억원, 석유공사 1조8천311억원, 광물자원공사 1조5천195억원 등이다.

이들 기관은 해외 자원 개발을 추진하는 현지 법인 등에 지원 목적으로 대여금의 상당 부분을 투입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자원 개발 사업이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유전 개발 기업(KADOC Ltd)은 지난해 기준으로 석유공사에 1천867억원을 갚아야 한다.

KADOC Ltd는 우리나라의 UAE 유전 개발을 본격화하기 위해 석유공사가 GS에너지와 컨소시엄을 맺고 설립한 기업이다.

그러나 KADOC는 지난해 순손실 115억원을 내며 적자 늪에 빠졌다.

손실 규모도 전년 28억원보다 310.7% 불어났다.

지난해 부채총액도 3천415억으로 전년 1천956억원과 비교해 74.6% 늘어났다.

KADOC가 사업 부진으로 적자 행진을 하는 데다 자기 부채도 감당하기 벅차 대여금을 갚을 여력이 있는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 회수 대여금 29억원에 불과 = 광물공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특히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 광산 사업을 관리하는 법인(AMSA/DMSA)은 앞으로 광물공사에 5천786원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광물공사는 지난해 이 법인에 약 1천373억원을 추가로 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니켈 국제가격 하락으로 암바토비 광산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이 법인이 5천억대의 대여금을 단기간에 갚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물공사는 지난해 공동 출자 회사나 법인 등에 2천406억을 추가로 대여했다.

반면 광물공사가 지난해 회수한 대여금은 약 29억원에 불과했다.

가스공사는 해외 자원 개발 투자 등으로 대여금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가스공사의 지난해 대여금 4조4천49억원은 전년 3조6천450억원보다 7천6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예멘 액화천연가스(LNG) 컴퍼니로부터 169억원을 받아야 한다.

LNG 컴퍼니는 현대종합상사가 지분 51%, 가스공사가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예멘 LNG 가스전은 지난해 4월 내전 사태 등으로 생산 및 수출이 중단됐다.

지난해의 경우 현지 가스 사업은 실적 개선에 성공했으나 가동 중단으로 올해까지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기존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이 실적 악화에도 계약상 등의 문제로 지속할 수 밖에 없어 추가 지급이 발생하면서 대여금 규모가 불어났다"며 "에너지 공공기관의 해외 자산 축소가 불가피한만큼 자산을 매각하면 자연스럽게 대여금 규모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대규모 해외 자산 매각 불가피할듯 =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는 2011년부터 5년간 해외 자원 개발 부진 등에 따라 10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 보전을 위해 에너지 공공기관들은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고 해외 자산 매각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가 석유공사의 해외 석유가스개발(E&P) 자산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딜로이트안전회계법인이 작성하는 해외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 연구 관련 보고서가 마무리되는대로 구조조정 수준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외 자산 등 개별 자산의 매각여부는 원칙적으로 해당 공기업이 구조조정 필요성과 시장상황을 감안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환 기자 iam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