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가 고위험기업군 속해…"살아남는 게 최대과제"

국내 해운업계 100대 기업 중 절반가량이 회사 존립을 걱정해야 할 만큼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2일 한국2만기업연구소(소장 오일선)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해운업계 100개사의 경영실적을 조사한 결과 51곳의 부채비율이 400%를 넘어 고위험 기업군에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100개 해운사 중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기업은 13곳에 달했다.

부채비율이 무려 1천%를 넘는 곳도 18개사에 달했다.

부채비율 400% 이상, 1천% 미만 기업은 20개사였다.

고위험 기업군에 속한 이들 기업 51개사 중 27곳은 지난해 영업적자 또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해운업계 100개사의 총 부채는 27조6천억원 규모이며 이중 부채비율 400% 이상 51개 기업의 부채액은 17조7천억원에 달했다.

100개 해운사의 작년 매출 규모는 27조3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하락했다.

국내 해운업계 '빅2'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매출 비중은 100개사 전체의 51%를 차지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두 회사가 흔들리면 해운업계 전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100대 해운사 중 87곳은 매출 2천억원 미만의 영세 중소형 선사들이다.

지난해 한진해운(7천688억원↓), 현대상선(7천623억원↓) 등은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한 반면 에이치라인해운(2천510억원↑), 팬오션(2천55억원↑), 시노코페트로케미컬(1천732억원↑) 등은 매출이 증가했다.

100개 해운사의 직원 수 합계는 지난해 1만2천14명으로 전년보다 1.6% 줄었다.

한진해운은 1천661명에서 1천464명으로 인력을 197명 줄였고 현대상선에서도 41명이 감축됐다.

그러나 해운업체들의 매출원가에서 종업원 급여 비중은 2.1%밖에 되지 않아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매출원가 절감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해운업계의 위기는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세계 최대 해운업체인 덴마크 머스크라인과 중국 코스코, 일본 MOL 등 세계 유수 해운사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연구소는 "위기를 돌파할 유일한 대안은 글로벌 경기회복과 물동량 증가뿐이다.

따라서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운임 시황이 개선될 때까지 살아남는 것이 해운업계에 주어진 최대 과제"라고 내다봤다.

오일선 소장은 "국내 해운업계 빅2 기업이 시장 논리에 따라서만 처리될 경우 파산을 면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다른 해운업체들의 도미노 붕괴를 막고 국가기간산업이라는 특수성과 다른 업계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할 때 정부 등의 외부 수혈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