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운산업, 국가 경쟁력 위한 골든타임 '째깍째깍'
해운업은 사실상 올 상반기가 '골든타임'으로 정해진 상황이다.

채권단 자율협약이 진행 중인 현대상선은 내달 초까지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은 해외 선주들이 용선료 인하에 동의하고, 사채권자들도 채무재조정에 합의하고, 채권단이 조건부 자율협약으로 지원하는 것이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진행돼야만 성공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실패한다면 법정관리로 들어가고, 이 경우 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서 소외돼 사실상 청산의 길로 접어든다.

지난달 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 역시 동일한 틀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더구나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얼라이언스가 급속히 재편되는 상황이라, 두 회사는 이른 시일 안에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얼라이언스에 남을 길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운산업을 살려야 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골든타임 놓치면 연관산업 동반 몰락

지금까지도 정부, 채권단 모두 해운산업 지원에 대한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해운사들이 합종연횡이 시작된 해운 동맹(Alliance)에 들어갈 티켓을 놓치게 되면 국제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생존 기반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업체가 동맹을 맺고 한 회사처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동맹에서 빠지게 되면 영업력 자체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못하면 해외 해운사들도 우리나라 항구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해운 인프라, 영업적 기반이 함께 무너져 해운산업의 기반 자체가 붕괴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 같은 국가기반의 몰락이 국가경쟁력이 흔들리는 결정적인 위협이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이유로 구체적이고 적절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또 하나 큰 문제는 지지부진한 지원으로 인해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될 경우 동반 산업까지 몰락할 수 있다는 것. 해운산업과 연계되어 있는 산업은 크게 조선업과 항만산업이다.

조선업의 경우 해운선사가 안정적인 수요처가 되어주고 있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선박의 발주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선박을 제조할 수 있는 조선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 해외 주요국가, 정부 차원에서 해운산업 지원해 경쟁력 높여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 같은 해운산업의 중요성과 경쟁력 강화 필요성 때문에 저금리 지원 등 해운선사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덴마크는 세계 1위 해운업체 머스크에 수출입은행이 5억2000만달러를, 정책금융기관이 62억달러를 대출해준 바 있으며, 독일 함부르크시는 2012년 2월 세계 3위 선사인 하팍-로이드사(社)의 지분 20.2%를 7억5000만유로에 매입해주는 한편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 회사 채무 18억불에 대한 지급보증도 섰다. 프랑스는 부도위기에 빠진 자국선사 CMA-CGM에 금융권과 함께 1조원이 넘는 금융 지원을 펼쳤다.

중국의 경우 중국은행을 통해 중국원양운수(COSCO)에 108억달러를 신용 지원하고, 추가로 중국초상은행이 대출 49억달러를 제공했다. 일본도 해운업계에 이자율 1%로 1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안정적인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등 선사 재무구조 개선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해운선사들에게 외국과 같은 지원책은 꿈 같은 이야기"라며 "각개 전투를 벌일 수 밖에 없는 국내 선사들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해외 주요 선사들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