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만명 거대 이란시장 선점 교두보…제2중동붐 초석
건설·에너지 등 성장한계 산업에 '기회의 땅'…MOU 잇따라
정부, 결제·금융·항만 등 분야서 각종 MOU로 교역 적극 지원
보건의료·IT 등 고부가가치 분야도 기회 열려…'한류', 경제교류 첨병으로


우리나라가 중동의 마지막 '블루오션'인 이란에서 우리 경제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활로를 찾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1∼3일)을 계기로 이란의 인프라 건설 및 에너지 재건사업을 중심으로 기대되는 사업 수주 규모는 최대 52조원에 달한다.

핵 문제 해결로 서방의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본격적인 경제개발에 나선 이란을 발판으로 '제2 중동 붐' 조성에 초석을 다진 것이다.

◇ 교역수준 조기 회복…경제분야 59건 MOU 체결 = 정부는 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 성과를 통해 이란의 경제제재 이후 3분의 1 이하로 떨어진 양국 간의 교역 규모가 조기에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이란과의 교역 규모는 2011년 174억 달러에서 2015년 61억 달러로 악화됐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이란의 인프라 사업 관련 기자재 등 수출 확대와 함께 이란으로부터의 석유 및 가스 수입 확대를 통해 교류가 단번에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역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양국은 현행 원화 결제시스템을 당분간 유지하면서 유로화 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는 등 수출입 결제시스템 구축에 협력키로 했다.

또한, 양국 선박의 자유로운 상대국 항만 출입보장을 위한 해운협정과 세관상호지원협정을 체결했다.

특히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이란 중앙은행 및 경제재정부와 약정을 체결하고, 전대금융 2억 달러를 포함한 250억 달러(수출입은행 150억 달러·무역보험공사 60억 달러)를 우리 기업의 이란 사업 수주를 위해 금융지원키로 했다.

이와 함께 양국 상공회의소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양국 기업 간 교류확대를 위한 사절단 파견과 정보교환, 경제협력 행사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민간 교류를 확대키로 했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체결된 MOU는 경제분야 59건을 포함한 66건에 달한다.

교역·투자에 6건, 인프라·플랜트 협력에 8건, 에너지 분야 22건, 보건의료·ICT·무화 등 협력 다변화 23건, 형사·범죄·교육협력분야 7건 등이다.

◇국내 중후장대 산업에 '단비'…52조원 수주 발판 = 이란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기한인 제6차 5개년 개발계획 등으로 평균 8%대 경제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철도·항만 등 인프라 개선과 석유·가스·석유화학 현대화 등의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란은 성장 한계에 부딪혀 구조조정의 칼날 앞에 신음하는 국내 중후장대 산업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수주가 유력시되는 52조원 규모의 사업도 대부분 철도·공항·수자원관리 등 인프라 건설사업과 석유·가스·전력 등 에너지 사업에 집중돼 있다.

해외 플랜트를 중심으로 저가 수주의 덫에 걸려 위기에 빠진 건설업 등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된 셈이다.

이번 방문에서 국토교통부와 이란의 도로도시부는 철도·도로 인프라 협력 MOU를, 해양수산부와 이란 해사항만청은 항만개발 MOU를 체결해 우리 기업의 관련 분야 진출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특히 이스파한-아와즈 철도건설사업(53억 달러 규모)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가계약이 체결돼 수출 가능성을 높였다.

수자원관리 인프라 분야에서 양국은 수자원개발·스마트 물관리 분야의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민간부문에서는 베헤쉬트 아바드 댐 및 도수로 건설사업(27억 달러)에 참여하기 위한 일반약정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석유·가스·전력 등 에너지 재건사업과 관련해 사업통상자원부와 이란의 에너지부는 전력·에너지신산업 협력 MOU를 체결하는 등 발전·송배전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우리 기업의 진출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또한, 양국 가스공사는 이란-오만 해저 가스파이프 라인건설을 위한 MOU 등을 체결했다.

특히 바흐만 정유시설 프로젝트(1단계 20억 달러, 2단계 80억 달러)와 관련해서는 우리 기업이 이란 측과 1단계 사업에 관한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 기업들은 박티아리 수력발전소 사업 가계약을 체결하는 등 화력 및 수력 발전 부분에서 총 10건에 58억 달러 상당의 수주 가능성을 열었다.

사우스파 LNG 플랜트 건설 사업(35억 달러)에서도 경제제재 이후 중단된 협상이 재개됐고, 석유화학단지 건설인 사우스 파 12단계 확장Ⅱ 사업(36억 달러)의 수주 가능성도 높였다.

◇ 고부가가치 분야로 협력지평 확대 = 양국은 보건·의료·문화·ICT 등 고부부가가치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각종 MOU를 체결했다.

특히 이란의 제약·의료기기·의료 IT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관련 20여개 우리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이란 측과 병원건설을 위한 MOU를 체결해 17억 달러 규모의 이란 내 6개 병원건설 프로젝트에 우리 측의 참여 가능성을 높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시스템 수출을 위한 MOU도 체결됐고, 화장품·제약·의료기기 분야의 민간기업들이 1억5천만 달러 규모의 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ICT 분야에서도 KT가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등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SKT는 원격 가스검침 시스템 등 사물인터넷(IoT) 분야 진출에 성과를 올렸다.

한류를 중심으로 한 문화 산업도 이란 진출을 위한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국은 문화산업·교류 협력 MOU를 체결했고, 양국 국립박물관은 양국 문화재의 공동조사 및 전시 등에 대한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특히 LH와 포스코 건설은 이란 교원연기금공사와 한류 문화복합공간인 'K-Tower'를 설립하기로 합의하고, 이란 내 한류문화 확산과 기업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거점공간을 확보하기로 했다.

(테헤란연합뉴스) 정윤섭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