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가 불법 관여·조정 의심"…2001년 이후 본사 이사진도 추가고발 계획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 이사진 8명 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가피모), 환경보건시민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는 2일 낮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 레킷벤키저의 최고경영자(CEO) 라케쉬 카푸어 등 이사진 8명을 살인·살인교사·증거은닉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 등 84명도 고발에 참여했다.

이들은 "옥시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을 넣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데 대해 본사에 책임이 있다"며 "1998년부터 유럽연합에서 시행된 바이오사이드 안전관리 제도를 왜 한국에서는 적용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중잣대 문제를 밝혀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옥시가 대학 및 연구기관에 연구를 의뢰하면서 연구진의 실험조작·은폐 및 연구원 매수 등의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본사가 지휘·조정했다고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고발된 8명 외에 2001년부터 본사에 재직한 전직 이사진들의 명단이 파악되는대로 추가 고발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아타 사프달 옥시RB코리아 대표가 사과한 데 대해서는 "국민적 불매운동이 겁나서 쇼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옥시는 피해자의 완전구제, 손해배상 책임이 아닌 보상안과 인도적 기금만을 얘기하고 있다"며 공소시효 문제 등을 고려해 당초 30일로 예정됐던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 일정을 2주간 앞당겨16일에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소송에 참여 의사를 밝힌 원고 수는 271명이며 이중 피해자는 121명이다.

옥시 제품을 사용하다 2011년 폐암 진단을 받았다는 피해자 윤정혜 씨는 휠체어에 타고 코에 산소호흡기를 단 채 참석해 "옥시 임직원 모두 같은 고통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한편 이들은 지난달 28일 옥시 측이 만남을 요구해왔지만, 불매운동이 전개되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옥시의 사과는 받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bo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