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늦은 사과 앞에 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옥시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아타 샤프달 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너무 늦은 사과 앞에 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옥시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아타 샤프달 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된 옥시(RB코리아)의 사과에 피해자 가족들은 검찰 수사 면피용이 아닌 진정한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유가족연대)는 2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옥시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유가족연대는 "5년간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피해자의 한 맺힌 눈물을 외면하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기자간담회 형식의 사과를 내놨다"며 "유가족연대는 이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유가족연대는 이어 "수백명을 죽인 옥시는 전대미문의 대참사를 유발하고도 법인을 해산하고 사명을 2번씩이나 변경하며 온갖 거짓과 위선으로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며 "옥시의 자진 철수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유가족연대는 언론을 이용한 사과가 아니라 피해자를 직접 만나 '명백한 옥시의 잘못'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옥시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최승운 유가족연대 대표는 회견 직후 아타 사프달 대표와 격론을 벌이다 단상에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울부짖었다.

아이가 만 1살에 병원에 입원해 8개월 만에 사망했다는 최 대표는 "아이 한번 잘 키워보려고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가 내 손으로 4개월동안 아이를 서서히 죽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피해자들이 큰 고통을 받다 숨졌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옥시가 아직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무성의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사프달 대표와 따로 면담한 피해자 가족 10여명은 면담 시작 2시간여만인 오후 4시께 옥시 사무실을 나섰다.

하지만 가족들은 옥시 측이 기자회견에서 했던 사과와 변명을 늘어놓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최승운 대표는 "(레킷벤키저가 옥시를) 인수하기 전에 만들었던 제품이고, 인수 이후 사고가 난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다는 게 옥시의 이야기"라며 추가 면담 일정이나 보상과 관련된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 가족은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는 대신 옥시가 피해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사과하고 기존에 법원 조정을 거쳐 합의한 가족에 대해서도 다시 보상금을 산정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옥시는 확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는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하는 게 먼저지 보여주기식 외부전문가 패널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생계를 위해 먼저 합의한 분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말에는 본사와 논의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