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중일 '관찰대상국' 지정] 유일호 "관찰국 지정, 환율 정책에 큰 영향 없을 것"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미국 재무부가 ‘주요 교역 대상국의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데 대해 “관찰은 미국 정부가 항상 하는 일”이라며 “환율 정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경기 여주에서 열린 경제인들과의 골프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한국이 환율조작국을 뜻하는 ‘심층분석대상국’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재부는 미국 재무부 보고서를 뜯어보면 한국에 대한 비판 수위가 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심층분석 대상 요건 세 가지 중 두 가지를 충족했지만, 요건별로 한국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보면 우리 정부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국내총생산(GDP)의 7.7%인 한국의 경상수지 규모에 대해 ‘전체 수입의 약 40%를 차지하는 에너지 및 상품의 가격 하락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에 대해선 ‘서비스수지 포함 시 흑자폭이 감소한다’고 부연설명을 했고 한국 정부의 외환정책과 관련해서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시 원화의 절상·절하를 모두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문구를 넣었다.

우려했던 환율조작국에서 벗어난 것은 미 재무부에 대한 기재부의 집요한 설득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 부총리와 송인창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황건일 국제금융정책국장 등이 작년 하반기부터 20명 넘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수차례 만나 한국 정부는 한 방향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과 수출 감소에도 수입이 더 줄어 생기는 불황형 흑자 등 불가피성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보고서 내용에 우리 정부의 설명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안심하고 있을 수만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6개월 뒤 미 재무부는 2015년 7월~2016년 6월을 기준으로 심층분석대상국 지정 요건을 다시 심사한 보고서를 공개한다. 이번 보고서는 작년을 기준으로 심사한 것이다.

기재부는 대미 무역흑자 규모와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에 대해선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상수지 흑자와 대미 무역흑자는 정부가 나선다고 해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현안”이라며 “다만 내수 활성화 정책을 통해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과 관련해선 “변동성이 커질 때만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만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