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철강·건설·석유화학 등 5대 취약 업종 구조조정으로 일반은행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가 3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일반은행 전체 순이익의 60%를 넘는다. 은행들의 신용등급 지키기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조선·해운 충당금 3조…은행 신용등급 하향 검토"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말 특수은행을 제외한 신한·국민·KEB하나·우리 등 11개 일반은행의 5대 업종 여신에 대한 재무건전성을 평가(스트레스 테스트)한 결과, 구조조정이 연내 마무리되지 않으면 부실채권 부담이 커져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추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한진해운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비중은 특수은행이 전체의 88.5%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취약 업종 전체로 대상을 확대하면 일반은행의 익스포저도 적지 않아 충당금 적립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은행별 전체 여신에서 5대 취약업종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KEB하나은행 11.6%, 우리은행 10.5%, 신한은행 10.2%, 국민은행 7.9% 등이다. 부산(19.6%), 경남(17.5%), 대구(13.2%), 광주(10.7%) 등 지방은행도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에 달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취약 업종 구조조정 확대로 앞으로 일반은행의 여신 건전성 분류가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은 지난해 말 이미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돼 필요한 충당금이 적립됐지만, 상당수 5대 취약 업종 여신은 여전히 정상 여신으로 분류돼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정상과 요주의로 분류된 조선·해운 관련 여신의 70% 정도가 각각 요주의 또는 고정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정상과 요주의로 분류된 철강·건설 여신의 50%도 각각 요주의와 고정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상과 요주의로 분류된 석유화학 관련 여신은 20%가 각각 요주의와 고정으로 재분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11개 일반은행은 추가적으로 최소 3조1437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게 나이스신용평가의 분석이다. 11개 일반은행이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5조335억원)의 62.5%에 달하는 규모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연내 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고 내년까지 이어져 일반은행의 부실채권 부담이 커지면 연말께 각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현재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고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은 시중은행에 AAA, 지방은행에도 AA+ 이상의 초우량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리스크관리부문 부행장(CRO)은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가계여신 건전성도 악화할 수 있다”며 “이런 가운데서도 성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은행 간 출혈 경쟁이 계속되고 있어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