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별 무제한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에서 BMW '740Li'의 진가가 드러났다.

속도 제한 표지판이 사라진 구간에서 740Li의 가속페달을 힘주어 밟자 차는 마치 비상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는 비행기처럼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운전자 앞유리창에 차량 운행 관련 정보를 띄우는 장치)로 확인한 속도는 시속 205㎞였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비가 내리고 이따금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궂은 날씨 속에 독일 뮌헨의 BMW 벨트(Welt·영어로 World)에서 남쪽 테건제 호수까지 왕복 145㎞ 구간에서 3시간 반 동안 740Li를 시승할 기회를 가졌다.

창립 100주년을 맞은 BMW그룹의 초청 행사 중 하나였다.

뮌헨 시내 도로를 빠져나와 아우토반으로 진입해 고속 주행에 들어갔다.

중간중간에 속도계를 눈여겨 확인하지 않으면 차가 어느 정도 속도로 달리는지 감 잡기가 힘들었다.

앞차를 따라가다 보면 금세 시속 170∼180㎞가 됐다.

그럼에도 차체 흔들림은 거의 없었다.

주행모드를 '컴포트'(Comport)에서 '스포트'(Sport)로 전환하자 가속페달에 대한 차량의 반응이 한층 더 민감해졌다.

조금만 밟아도 '훅훅' 앞으로 나아갔다.

차체는 지면 쪽으로 더 붙는 느낌이 들었다.

BMW 7시리즈 차량은 스포트 모드로 고속 주행을 하면 차체가 자동으로 10㎜ 낮아진다고 한다.

시속 190㎞ 정도를 넘기면서 차량 내부에서 주행 소음을 감지할 수 있었으나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아우토반을 나와 알프스 산맥 밑자락까지 한적한 도로를 따라 달리는 동안 7시리즈가 자랑하는 '제스처 컨트롤' 시스템을 테스트해봤다.

제스처 컨트롤은 운전 도중 버튼을 찾을 필요 없이 허공에서 손가락의 움직임만으로 라디오 볼륨 등을 조절하는 첨단 장치다.

BMW 측으로부터 사전 설명을 들은 대로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뻗어 허공에서 시계 방향으로 돌리자 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번에는 검지와 중지를 펴서 앞쪽을 찌르는 동작을 하자 채널이 바뀌었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하지만 손가락 동작을 센서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하는 일도 빚어졌다.

이보다 더 편리하고 실용적인 기능은 무인 주차시스템이었다.

시승에 나서기 전에 BMW 측은 두 대의 차 사이에 740 차량을 원격으로 주차시켰다가 빼내는 기능을 시연해 보였다.

차량 밖에서 자동차 키의 장치를 작동하자 740은 스스로 주차 공간으로 들어갔고 차를 다시 빼는 과정에 사람이 그 앞쪽을 지나가자 자동으로 멈췄다.

센서 등을 통해 차량이 위험 상황을 인지해 정차한다고 BMW 측은 설명했다.

7시리즈 프로덕트 매니저 크리스티안 메츠거 씨는 "유럽이나 중국 등에서는 이미 제스처 컨트롤 시스템이 제공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법적 규제와 주파수 문제 때문에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조만간 한국 고객도 이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뮌헨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