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화학업체인 LG화학이 글로벌 기업을 사칭한 이메일 사기를 당해 수백억원을 날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국제 이메일 해킹사기 사건을 수사 의뢰했다. 해당 사건은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외사부에 배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평소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아람코프로덕트트레이딩과 거래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회사로부터 나프타를 사들여 수입한 뒤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어 왔다. 아람코프로덕트트레이딩은 연간 34억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자회사다.

LG화학은 지난달 아람코 측 거래 상대방 명의로 납품대금 계좌가 변경됐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메일과 계좌 명의까지 확인한 뒤 아무런 의심 없이 거래대금 240억원가량을 송금했다. 그러나 해당 계좌는 아람코프로덕트트레이딩과 관계없는 제3자 계좌인 것으로 드러났다. LG화학은 결국 돈만 날린 셈이 됐다.

검찰과 LG화학은 이번 사건이 이메일 해킹을 통한 무역대금 사기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중소 수출기업을 상대로 이 같은 거래대금 사기가 발생한 적은 있지만 대기업 피해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