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선·해운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경영 부진을 겪어 온 중소 조선사의 구조조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STX조선의 재무와 경영상태에 대한 재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에는 법정관리로 가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TX조선은 업황이 장기 부진에 빠지던 상황에서 무리하게 저가 수주에 나선 여파로 재무여건이 악화, 2013년부터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아 왔다.

채권단은 공동관리 이후 4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STX조선은 2013년 1조5천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3천억원 넘는 손실을 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채권단은 지난해 말 추가로 4천억원을 지원하고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탈바꿈시키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KEB하나·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탈퇴해 채권단에는 산업은행(48%), 수출입은행(21%), 농협(18%) 등 국책·특수은행 등만 남게 됐다.

그만큼 금융권에서는 STX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보고 있었다는 의미다.

현재 STX조선의 금융채무는 총 6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2조9천억원이 산업은행의 몫이다.

이에 26일 정부도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마친 뒤 "STX조선은 신규수주 현황을 비롯한 대외여건 등을 감안해 경영정상화에 나서거나 회생절차로 전환하는 등 채권단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평가를 마무리하고 나면 하반기 중에 STX조선의 운명이 다시 뒤바뀔 수도 있다.

STX조선 실사는 오래 전부터 경영 악화로 줄줄이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중소형 조선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정부는 26일 중소 조선사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중소 조선사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와 통폐합이 진행될 수 있다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5년 이상 자율협약 상태에 놓인 성동조선의 경우 현재 삼성중공업이 영업·구매·생산·기술 부문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경영협력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도 신규 수주가 저조하면 근본적인 대책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던 SPP조선은 지난달 SM(삼라마이더스)그룹과 채권단이 인수 협상을 마무리, 내달 중에 SM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