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이르면 다음주 초 자구계획 보완책을 산업은행에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양측이 용선료(선박 임차료) 인하 협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한진해운 측이 “해외 선주사와의 용선료 협상 시한을 못 박으면 협상이 어렵다”고 밝힌 것과 관련,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이 상황의 시급함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금융당국도 “흥정하려 들지 말고 구체적인 액션(행동)부터 취하라”는 구두경고를 한진해운에 우회적으로 전달할 방침이다.

한진해운 고위 관계자는 지난 27일 자율협약 신청과 관련, “용선료 인하 협상 시한을 못 박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협상 시한을 꼭 정해야 한다면 올 연말까지로 정해주길 희망한다”며 “그렇게만 된다면 연간 용선료를 10~20%(1000억~2000억원) 정도 낮추겠다는 자구계획 보완책을 산업은행에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지 4월28일자 A1, 4면 참조

이에 대해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앞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25일 한진해운이 낸 자구계획과 관련, 구체적인 용선료 협상전략과 향후 3개월간 회사 운영자금(약 4000억원) 조달 방안을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진해운 얘기는 용선료 협상 시한을 연말까지 8개월 달라는 것인데, 그때까지 사채권자 채무와 운영자금 등은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진해운은 ‘협상이 어렵다’ ‘연말까지 시간을 달라’고 얘기할 게 아니라 당장 협상팀을 꾸리고 어떤 선주사부터 찾아갈지 계획을 짜는 게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현대상선엔 3개월의 협상 시간을 줬는데 한진해운에 8개월을 주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다음주 초 한진해운이 자구계획 보완책을 제출하면 추가적인 보완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용선료 인하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을 압박하기로 했다. 협상 시한은 3~4개월을 줄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을 일단 접수하겠지만, 협약 개시 여부는 한진해운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용선료 협상에 임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용선료 인하가 안 되면 법정관리행이란 정부 방침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태명/김일규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