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삼성물산 1분기 '실적 쇼크'
통합 삼성물산이 작년 4분기에 이어 연속으로 적자 성적표를 내놨다. 1분기에 4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흑자전환할 것이라던 증권업계의 예상을 깬 어닝쇼크다. 작년 9월 출범 후 8개월이 지났지만 통합 시너지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 6조4870억원의 매출과 43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27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10.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건설과 상사부문의 부진이 실적 악화를 이끌었다. 건설부문은 1분기에 매출 2조7930억원, 영업손실 4150억원을 기록했다. 통합 전부터 따져 사상 최악의 실적이다.

추진 중인 해외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긴 게 건설부문 실적 악화에 영향을 줬다. 2012년 계약한 카타르 도로 프로젝트에 변경사항이 생겨 손실이 난 게 대표적 사례다. 사우디아라비아 빌딩 공사도 당초 계획한 일정보다 지연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올 1분기부터 손익관리 기준이 바뀐 것도 적자폭이 늘어난 이유로 꼽혔다. 삼성물산은 최근 수주산업의 회계 투명성 강화 추세를 고려해 올 1분기부터 손익관리 기준을 크게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원가 상승 요인이 있으면 바로 손실로 반영하고, 수익은 향후 확정되는 시점에 적용하는 식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당장 적자폭은 커졌지만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손익부문의 불확실은 줄였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사부문도 매출이 2조6050억원, 영업이익은 20억원에 그쳤다. 화학과 철강 쪽 트레이딩의 실적은 개선됐지만 자원 사업 매출이 전 분기보다 1130억원 줄었다. 유가 하락도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패션부문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52% 감소한 70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패션부문이 합병 후 상사부문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진출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구체적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겨울철 에버랜드 방문객이 줄면서 리조트부문이 40억원의 영업손실을, 바이오는 25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