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은행 부실채권 감축 계획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했다.

IMF는 26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은행의 부실채권 감축 조치는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좀비기업’ 수명만 연장되는 결과를 불러올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실채권을 줄이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 오히려 중국 경제에 더 큰 위험을 일으키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은행들의 전체 대출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0%에서 작년 말 1.67%로 급격하게 높아졌다. 중국 정부는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해당 기업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 프로그램과 부실채권을 증권화해 시장에 매각하는 방안 등을 준비하고 있다. IMF는 “과거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이 같은 조치로 효과를 본적이 있다”면서도 “이번 조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섬세하고 세련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F는 우선 출자전환 조치가 좀비기업 수명을 연장시켜 기업 구조조정을 늦추는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회생 가능성이 있거나, 자체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또 부실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공정한 가치 평가가 이뤄져야 하고, 은행은 기업 주식을 한시적으로만 보유한다는 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IMF는 지적했다.

IMF는 부실채권을 증권화해 매각할 경우 해당 증권을 보유한 채권자가 채무 기업에 구조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튜어트 걸리버 HSBC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선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