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높인다…규모따라 규제 차등화도 검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6일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에 대해 “시대에 맞게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인 제도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총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상향하는 것이 유력한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27일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며 “공정거래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지정 기준을 현실에 맞게 고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26일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긴급회의를 열어 실현 가능한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공정위는 우선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국내총생산(GDP)이 2008년 1104조원에서 2015년 1559조원으로 41.0% 급증했지만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2008년 7월 이후 8년째 ‘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변동이 없다.

이에 따라 총자산 5조원을 갓 넘긴 셀트리온, 카카오, 하림 등을 포함해 총 65개 기업집단이 계열사 상호출자 금지, 계열사 간 채무보증 금지 등 대기업집단에 적용되는 규제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지정 기준도 10조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65개인 대기업집단 수는 37개로 감소한다.

대기업집단을 자산 규모별로 세분화한 뒤 규제 수준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셀트리온, 카카오와 국내 굴지의 대기업집단인 삼성, 현대자동차 등이 같은 규제를 받는 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총자산 규모를 합산할 때 해외법인 자산까지 합산하는 것도 합리화 방안의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

공정위는 전문가 의견 수렴 이후 관계부처와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기준을 변경하면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등도 대기업집단에 적용되는 법령과 행정규칙 80여개를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정기준 요건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앞으로 공정위와 협의를 통해 개선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